문정석  교무/군종장교ㆍ열쇠교당

군종장교 임관 후 5사단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벌써 1년하고 7개월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쁘고 빠르게 흘러간 시간들 속에서 미비하고 안타까운 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 반면에 희망적이고 하나하나씩 이루어 낸 성과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원기92년인 2007년 9월21일 첫 예회를 교당이 없는 상태에서 부대에서 10분거리에 있는 민간 전곡교당의 장소를 빌려 부대에서 봉고차로 일요일에 오고 가며 장병들과 시작한 원불교 종교행사. 3명에서 시작해 12월에 봉불식을 거행하고 나서 현재 93년 10월에 100명을 돌파하고 11월에 들어서는 13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인근 종교행사 참석인원이 500여명에 불과한 인원중에서 130명이 참석한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논산훈련소와 여산 부사관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은 몇주간의 훈련 기간을 지나면 다 흩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야전부대는 군생활을 시작해 전역 할 때까지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깊이와 장병들이 종교를 선택하는 이유에서 남다름이 있습니다.

종교가 군에서 해 줄 수 있는 점이 무엇이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그에 맞도록 법회를 이끌어 가려고 했던 노력들과 원불교 교리를 장병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볼까 고민했던 마음들이 장병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되었지 않았는가 생각해 봅니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충열의 마음으로 이 길을 선택한 간부들과 비록 징병으로 원하지 않은 시기에 군인으로 입대는 했지만 나라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겠다고 하는 큰 대의에 함께 하며 열심히 임무를 다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들은 내가 다시 군복을 입고 함께 할 수 있다는 보람을 또 한번 느끼게 해주는 모습들입니다.

처음 부대에 들어와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원불교의 기본적인 모습과 용어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해 하며 조심스럽게 질문하던 장병들의 모습들이 기억이 납니다. 그런 장병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일부처럼 용어를 사용하며 나를 알아 볼 때에 교무로서 큰 자랑과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하나하나씩 열려가고 있구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지!" 하는 말을 되새기곤 합니다. 군으로 떠난 자녀분들, 주위 인연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 해 주십시요.

군부대내에 교당인 열쇠교당이 부대인가를 얻었고, 육군본부인 계룡대에 교당승인 받아 건축을 준비중에 있고, 육군 부사관학교는 12월에 봉불식, 상무대 예회 시작 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한발을 내딛었을 뿐입니다. 이제 진정 마라톤을 뛰기 위한 출발신호가 울렸습니다. 걸어가는 한 걸음, 넘어야 하는 산들을 향해 힘겹게 오르고 있을때 힘이 되어 주시고, 밀어 주세요. 힘겨운 산들이지만 뚜벅이가 정상에 오르는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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