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천 교도·진주교당( 논설위원 )

원불교 100년이 가까와진 만큼 우리의 역사에도 두께가 쌓였고 그래서 갚아야 될 은혜도 그 만큼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챙기고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될 것이 퇴임 교무님들에 대한 은혜 갚음 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룡과 같은 타종교의 틈바구니에서 맨몸 하나로 원불교의 꽃을 피워 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셨던 그분들의 은혜를 모른 체 하고서 천지은이요, 부모은이요, 동포은이요, 또 무슨 은이요, 은혜를 논하는 것은 참으로 허황된 말장난이다.

아니 그분들이 곧 천지요, 부모요, 동포요, 법률이라는 사실을 상기 한다면, 그분들을 받들어 모시는 일이야 말로 사은에 대한 진정한 보답이 될 것이다. 교단을 이만큼 빠른 시일 내에 키워 놓으신 분들도 그 분들이고, 우리를 이만큼 성숙하게 한 것도 그 분들이다. 또 앞으로도 그 분들은 꾸준히 이 교단의 주춧돌로 계실 것이다.

속세에서도 한 평생을 한 길로 정진하면, 노후에 대한 염려는 할 필요가 없을 만큼은 사회가 보장을 한다. 하물며 사은을 진리의 대강으로 삼는 도가에서, 스승을 대하는 조치들에 소홀함이 있다면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여러 종교 단체에서 이 문제를 간과하는 면이 없지 않으나 그럴수록 우리가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은퇴 교무님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총부도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모심'을 할 것인가를 꾸준히 연구검토 하여야 하고 교도 개개인도 역시 오셨다가 가셨으니 나하고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분에게서 받은 은혜를 기억해 내야한다. 지금의 교무님은 미래에 은퇴 교무가 되실 것이다. 마치 부모가 계셨기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내 후손이 있어서 역사를 이어가는 이치와 같다. 조금이라도 열악하고 부자유스러운 환경 속에 그분들을 계시게 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를 욕보이는 것이고, 모든 공부와 수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 일은 교당 신축보다 우선 되어야 하고, 더 큰 차, 더 좋은 아파트로 갈 연구 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교무님들도 맘놓고 현재의 교화에만 매진하시도록 해 드려야 한다. 그것이 길게는 교단과 우리에게도 참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처우를 개선해 드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 주거 환경의 개선과 기타 복지시설의 향상을 위해서 교도 각자가 교당의 유지금을 내는 것과 같은 정신으로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을 정례화하는 제도를 만들자.

어느듯 100만 교도를 자랑하는 교단에서 1인이 기천원씩만 협력한다면, 쉽게 필요한 금액을 모금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데 2,000원의 은퇴 교무님 생활 개선금을 매월 정기적으로 헌공한다면 100만 곱하기 2,000원! 현실적으로 약간의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첫 출발로는 넉넉치 않겠는가?

지금부터 교단은 이 문제에 대하여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각 교당의 출·재가 교역자도, 이 제도의 토착화를 위한 제반 논의를 시작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맘이 진정한 도의 맛이고 그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참 덕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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