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출가교화단 총단회와 임시중앙교의회의 소집 공고가 나왔다. 협의 안건은 '하이원빌리지 대책 협의와 주요 교산처리의 건'이다. 재가 호법교도의 노후 수양시설을 목적으로 건축한 하이원빌리지가 재가교도의 입주만으로 건축비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해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하여 임대분양을 시도하였으나 그 실적이 저조하여, 이 건물의 용도에 대한 재검토 및 건축비 확보에 대한 협의를 위해 소집한다고 사무처는 밝히고 있다.

경영학을 하는 이들에게는 '마케팅'이란 말이 아주 쉽다. 그러나 종교사회에서는 이 용어가 만만치 않다. 마케팅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고객 만족을 제공한 대가로 돈을 벌었고, 고객들이 사고 싶은 것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즉 고객에게 그들이 치르는 돈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돈을 벌었다. 혹자는 이것을 초보적 마케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것이 진리라고 피터 드러커는 말한다. 고객의 효용부터 먼저 검토하는 것, 즉 고객이 구입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이 처해있는 현실과 고객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살펴보는 것, 이것이 바로 마케팅이 고려해야 할 전부이며 경영의 위대한 혁신이라는 것이다.

하이원빌리지는 분명 마케팅에서 한참 비켜나 있다. 돈을 벌기 위한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적정한 수익이 발생하면 서울회관 재건축 등 교단의 발전을 위해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이원빌리지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노인복지 사업이 아니며 수익사업도 아님을 명확히 하고 시작했다. 수도권 교화를 위한 목적으로 계획되었고, 공도자숭배 정신에 따라 재가 원로숙덕을 존숭하자는 취지와 교도들에게 신앙·수행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시설임을 전제한 것이다. 시설의 규모와 운영 형태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건축전문가, 세무전문가를 포함한 교정원과 서울교구, 서울교당의 대표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했다.

그러나 현실은 처음 계획과 많이 빗나가 있다. 재가 유공인을 공도자숭배의 정신으로 우대하고자 했으나 그들이 입주를 꺼려하였고 재가교도와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했으나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사안에 마케팅을 도입해야 하고, 고객의 효용이 무엇인지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객의 범주에는 교단도 포함된다. 어려움은 있지만, 그때 마다 교단은 더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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