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육쌍전법

며칠 새에 부쩍 큰 아이를 본다. 어설픈 발음이지만 "아니야", "음, 맞아 맞아"하며 무엇이 좋은지 싫은지 자기표현을 하는 모습이 전에 보았을 때보다 많이 자란 듯하다. 사람은 자라면서 파란 빛과 붉은 색을 구분하게 되고, 나무와 풀이 다름을 구별하게 된다. 저마다 각기 다른 모습, 색, 이름을 확실하게 분별해가는 모습이 어린아이가 자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자람을 지나 사람으로서 무르익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오히려 자라면서 나누고 구별했던 것을 넘어서서 나눔과 구별 이전의 조화와 동화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육쌍전(靈肉雙全)이란 몸과 마음을 아울러 온전하게 한다는 말이다. 자칫 마음 씀씀이야 어떻든 몸만 튼튼하면 된다거나, 몸은 마음을 감싸는 옷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여 소홀히 여길 수가 있다.

어린아이가 자라서 철이 드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분별하여 편협함에 사로잡히지 않고 본래에 둘이 아님을 알아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발전시켜가는 것이 영육쌍전이다. 몸과 마음만이 아니라 정신생활과 물질생활, 이상과 현실의 조화와 균형 있는 발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가운데는 육신을 가꾸고 치장하며 모으고 쌓는 것만을 중요시하거나 간혹 '먹고 살기 바빠서….'라며 정신적인 가치나 마음공부는 여유 있는 사람들의 유희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물질적인 가치는 하찮게 여기며 경제적 활동이나 육체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오직 정신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어느 쪽도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건전하고 아름다운 정신과 건강한 육체활동, 경제활동을 모두 원만하게 할 때 개인은 물론 모두가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꾸릴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종교의 경우 현실적인 삶은 등한시 하고, 특별한 수도와 신앙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삶 속에서 살아있는 신앙과 수도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종교생활이자 영육쌍전을 실천하는 것이 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안으로 정신문명을 촉진하여 도학을 발전시키고 밖으로 물질문명을 촉진하여 과학을 발전시켜야 영육이 쌍전하고 내외가 겸전하여 결함 없는 세상이 되리라"라고 하시어 도학과 과학의 병행과 영육쌍전이 바람직한 발전방향임을 밝히셨다.

정신과 육신,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집착함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유아기적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영육쌍전을 통해 조화롭고 균형 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은 철든 사람이 되게 하고, 철든 종교가 되게 하며,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한 가르침이다.

/영산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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