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덕풍

조법전 교무·철원교당(논설위원)

성지순례를 오래 전부터 염원해오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함으로 교도님, 요가회원님들과 함께 영산·익산 당일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흰 눈이 가득한 영산성지에 봄날 같은 따뜻함이 먼 길을 달려간 철원·김화교당 교도 35분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었고 잠시나마 영산 대성지의 성스럽고 거룩한 기운을 느끼고 대종사님의 성적을 돌아보았다.

법신여래가 탄생하신 대각지와 노루목을 지나 색신여래가 탄생하신 탄생가에 이르니 처마 밑 고드름과 입구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 채 지지않은 단풍이 절묘한 풍경을 연출하여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맑고 선명한 하늘은 언제 눈보라가 쳤냐는 듯 반겨주었고 구수산의 주봉이라는 옥녀봉과 아담한 산들이 볼수록 정겨워 발길을 뗄수가 없었다.

구인선진께서 사무여한의 혈인을 올려 법계인증을 받은 구간도실을 참배하니 절로 숙연해진다. 이어서 방언의 대역사로 영육쌍전의 실지를 보여주신 정관평에 이르니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들려온다. 점심공양 후 성지소장님인 청타원님의 연차 공양을 받으니 순례인들의 얼굴에 어린아이들처럼 홍조가 가득하다.

이내 아쉬움을 안고 법성포 쪽 서해안 바다구경을 하며 중앙총부로 향했다. 대종사님께서 직접 살피시며 현판을 달게 하셨다는 대각전, 그리고 대종사님께서 직접 감역을 하시면서 심게 하셨다는 구조실 앞 정원과 나무 두 그루가 대종사님의 성혼을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나도 모르게 나무를 만지며 어떻게 그동안 그것도 모르고 살아왔을까 생각하며, 직접 심게 하셨다는 나무가 대종사님을 뵌 것 같아 무한한 친근감과 정으로 다가왔다. 주세불이신 줄은 알았지만 손수 정원 감역까지 하신 점은 미처 모르고 지내온 성인의 일면이었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고 대종사님을 새롭게 모시는 기연이 되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감상이 이어졌는데 교당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던 분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고, 요가회원들은 특히 많은 감명을 받았으며 다음에는 1박을 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해 모든 분들이 풍성한 소득을 나누며 무한한 잠재력과 전도양양한 교화의 미래를 확인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영산성지는 4년의 수학과정과 근무하면서 느낀 여러 조각들이 가슴 깊이 박혀 있어 현장에서 나태해질 때마다 항상 그 조각들이 나를 바로 세우게 했는데, 이번 순례로 대종사님을 가슴에 새롭게 모시게 되었다.

11세 어린 나이에 산신령을 만나 의문을 풀고자 5년 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멀고 험한 삼밭재 마당바위에서 기도를 하신 지극하고 절박한 일천정성의 성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대종사님을 마음에 모심은 일체생령을 위한 모든 과정을 내 일로 알고 가야 하기에 오로지 공에 맡기고, 과정상 잘못된 일은 고쳐가고, 없으면 새로 살리고 부족한 것은 키워서 이 회상과 생명을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숙명임을 대종사님의 성혼을 통해 새롭게 접붙이게 되었다.

요즈음 교단적으로 하이원빌리지 건이 뜨겁게 대두되었다. 예상치 못한 난제이나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멈추고 근원을 돌아보는 여유와 재가출가를 초월한 대국적 심경의 결집으로 지혜롭게 헤쳐나가 교단이 새롭게 시작하는 전화위복의 기연이 닿기를 염원해본다

/철원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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