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빌리지가 주는 교훈

용산 하이원빌리지 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표면 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가교화단 긴급총단회와 임시중앙교의회 소집 공고가 나온 이후 원티스 게시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반증이다. 그동안 '그렇더라'고 떠돌던 말들이 현실화 된데 따른 허탈감도 작용했다. '그렇구나'가 된 것이다. 이것은 대중들에게 괴리감을 불러왔다. 할 말은 많으나 할 말을 할 수 없는 소통의 부재는 대중들을 더 마음 아프게 하고 있다. 그들의 치유는 누가 해 줄 것인가. 치유가 된다고 해서 얼마나 치유가 될 것인가 반문해 본다.

차제에 교단에서도 요즘 뜨고 있는 개그맨 안상태 씨의 개그가 더 유명해 질 것 같다. '난 ∼했을 뿐이고, ∼했고'가 주 포인트다. 여기에 하이원빌리지의 내용들을 대입해 보면 하나같이 맞아 떨어진다. 근본적인 치유책이 없는 한 '∼했을 뿐이고'가 계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교당들마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한 것도 '∼했을 뿐이고'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임성 있는 발언들이 뒤따르지 않고 미봉책에 거친 발언들이 난무한다면 또 다른 아픔을 낳게 하는 회의가 될 것이다. 완실한 대책이 없이 하는 회의는 대중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이원빌리지 건에 대한 관점들에 대해 대산종사의 무기심(無欺心), 무기인(無欺人), 무기천(無欺天)의 법문이 되새겨 지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사람을 속이지 않고 하늘도 속이지 않고 살아왔는지 되짚어 보는 순간들이 많아야 하겠다. 그래야 향후 시스템의 원활한 가동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공의수렴의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이성택 교정원장은 8일 열린 중앙총부 조회에서 <정전>의 '고락에 대한 법문'을 소개한 후 "고락은 내가 지어서 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단이 거듭나고 우리 자신들이 거듭날 수 있는 경계와 계기를 진리가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받는 고의 역경이 변해서 낙이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쓰자"고 당부했다. 대중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표출된 셈이다.

물론 이런 자세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마음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도 교정원 지도부가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대중들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름다운 이웃 돕기

"20년째 모금을 해왔지만 올해 만큼 서민들이 힘들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는 기사 내용을 햇수만 다르게 매년 보아온 것 같다. IMF구제금융 시절을 지내면서 한 번도 서민의 삶이 좋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없었다. 요즈음, 열 수저의 밥을 모으면 밥이 한 그릇 될 수 있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이웃돕기문화를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본 교단의 이웃돕기는 교단의 3대사업에 '자선'이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이념의 산물이다. 은혜를 알아차리고 보은 감사하기를 강령으로 한다. 내가 받은 만큼은 돌려주어야 한다.

기부는 신뢰와 함께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받쳐주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부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많이 가진 자가 많은 기부를 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삯바느질이나 노점상 등 힘든 장사로 돈을 모은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기부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근래에 여배우와 개그맨의 억대 기부가 화제가 되고있어 희망적이다.

우리나라 공동모금회 기부금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기부금의 절반 가량은 대기업에서 쾌척을 하고 개인 기부는 오히려 줄고 있다. 개인 기부가 줄어드는데도 전체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개인은 체감경기 악화로 기부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세계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이는 대기업들은 이미지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기부 규모를 늘리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부문화가 정상화하려면 소수·고액 기부 대신 다수·개인 기부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다각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나누지 못할 만큼의 가난은 없다고 한다. 옛 말에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했으니 적은 물건 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 훈훈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양손에 더 많은 것을 움켜쥐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는 한 손은 남을 위해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 나눠주고 난 빈손에 더 큰 행복이 채워지는 이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움켜쥐고 있는 손은 누군가에게 빼앗길 염려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준 빈손은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하고 안전한 손이 빈손인 것이다.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강남교당의 아름다운가게, 북한결핵어린이돕기 울산원음어린이합창단의 정기공연 등에 더욱 훈훈함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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