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빌리지 한 사안을 가지고 이틀 동안 출가교화단 총단회와 중앙교의회, 수위단회로 이어지는 이례적인 회의가 진행됐다. 가슴 아린 충고와 책임 소재에 대한 의견 제안 등이 제시된 것은 그만큼 중요 사안으로 부각되었음을 의미한다.

관심만큼이나 총단회는 뜨거웠다. 하이원빌리지 건축에 따른 교단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효율적인 진행이 아쉬운 소모적인 한풀이식의 회의였지만 나름대로 소통의 실마리를 풀어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경산종법사는 총단회 서두에 "과거는 종명이 우선되는 초기교단이었으나 넓고 복잡하고 세계화 되어 가는 시대는 공의와 종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의에 의해종명이 도출되고 종명도 공의에 조화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며 "원인을 규명하여 앞으로 법을 세우는데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다만, 화합하고 종교적인 분위기를 살려가면서 법 있게 명감을 삼도록 해야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처럼 하이원빌리지 건축에 따른 교단적 유동성 위기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복합적이다. 논의의 초점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비법, 비교법적인 사업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가에서 하는 사업은 도덕성이 결여된 부동산투자나 투기여서는 안 된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또한 전문가 그룹이 잘못 선정되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지혜로운 자문으로 사업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준 낮은 전문가 그룹을 활용한 데서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사업을 추진하는 집행자가 정보를 아전인수격으로 수집하고 해석했다는 것이다. 정보는 객관적이고 타당성을 지닐 때 가치가 있다. 이를 위해 공의를 수렴하는 방법,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교단의 사업 집행은 설사 좀 더디더라도 공의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업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되어서야 교단의 협력을 얻으려고 하는데,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은 법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교헌과 회계 및 교산관리 규정 등에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이번 총단회의 성격에 대해서도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일방적이라는데 문제점이 지적됐다. 단원들은 한풀이 식으로 쏟아 붓고 교정 당국은 반응이 없다. 일의 시작은 전임 교정팀이고 구체적인 추진은 현 교정팀인데 어느 쪽의 책임인가? 원인을 규명하고 행정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것은 결국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사태를 학습의 기회로 삼자. 학비가 많이 들기는 했지만 경제사고는 또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때 서울 진출의 전기를 마련해 보자. 용산 부지에 총부 일부 부서를 옮기고, 총부 직할 기관과 대학 등이 서울로 진출하는 계기가 된다면 영산에서 변산을 거쳐 익산에서 교화의 꽃을 피웠듯이 서울에서 결복100년대를 맞이하자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번 회의에서 소통과 변화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이번 사태를 불러 왔다고 보고 있다. 시기성을 빌미로 한 공의를 등진 의사결정 구조의 부재를 지적하고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사업들에 대한 경종의 성격이 짙다. 대중의 목소리가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하이원빌리지 관련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그 동안 일어난 제반 문제를 면밀히 되짚어 점검해 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책위는 하이원빌리지 건물의 용도에 대한 방향 설정을 포함한 중요 교산 처분을 비롯 건축비 차입금 확보, 차입금 상환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총단회에서 제기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사실규명위원회를 조직하여 가동시켜야 한다. 이것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신뢰가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노력하는 성의는 보여야 한다. 만일 성의는 보이지 않고 대중의 도움만 바란다면 또 다른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때는 회복하기가 힘들다. 동정심에 호소하기 보다 책임 있는 실천을 보여야 할 때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오토모티브 뉴스에 게재한 8일자 광고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GM은 광고에서 "저희가 여러분들을 실망시켰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참회했다.

교정원 당국자들과 수위단원들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끄러운 사태들이 행정편의주의에 묻혀 버려서는 안 된다. 대책위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만전을 다한다 하더라도 교정원 당국자들과 수위단원들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사태를 산 경전 삼아 문제 해결을 위해 참회와 합심합력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성택 교정원장은 총단회를 정리하면서 "종명과 공명이 잘 조화되고, 집행부와 현장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교단운영이 되도록 할 것이며, 교정원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정 당국은 책임을 묻고있는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에 공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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