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등급 1

시험성적이 예상보다 나쁘다고 눈물짓거나 추진하던 일이 실패했다며 한숨짓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누구나 평탄대로만을 걷고 싶어 하지만 늘 예상치 못하는 굴곡과 험난한 장애가 있는 것이 바로 인생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당장은 어둠과 고통 속에 잠겨 있는 심정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어둠과 고통의 시간조차 인생의 길을 걸으면서 학습해야 할 필수코스이자 값진 배움의 시간이라는 것을. 다만 걷고 있는 길이 어디쯤이며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 것인지 방향을 잃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데 올바른 방향을 점검하고 인생길에 대한 진리세계의 실시간 중간성적을 대조할 수 있도록 제시된 것이 법위등급이다.

법위등급은 일원상의 진리부터 사은사요, 삼학팔조의 구체적인 가르침들을 신앙하고 실천해가는 방향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동시에 향해서 가야할 목표를 제시해준다.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이라는 세 단계를 밟아 올라가 다시 법강항마위, 출가위, 최종적으로 대각여래위라는 구경처를 향하여 공부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보통급은 누구를 막론하고 처음 불문에 귀의하여 보통급 십계를 받은 사람의 급이다. 공부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진리를 모르고 살던 어둡고 괴로운 삶에서 진리를 향한 새로운 삶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특신급은 말 그대로 특별한 신심을 가진 사람의 급이다. 특신급 십계를 받아 지키며, 법신불 사은님께 온통 귀의하면서 새로운 용기와 힘으로 충만하게 된다. 진리를 향한 공부길에 확실한 믿음을 가져서 모든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사람의 급인 것이다.

법마상전급은 법마상전급 십계를 받아 지키며, 법(法)과 마(魔)를 분석하여 때로 법과 마가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세밀한 일이라도 반수 이상 법이 승리하는 급이다. 법이 진리를 닮은 마음이라면 마란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장애이자 방해하는 경계이다. 법마상전급은 실천과 체험을 통한 속 깊은 공부를 하는 가운데 고뇌의 함정에 들어갈 수 있지만 진지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정진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란 멈추어 있지 않아서 하루에도 희비의 파도가 일렁이듯이 공부를 하는 데에도 파도는 쉼 없이 계속된다. 공부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우쭐하다가 뒤돌아보면 다시 한없는 나락에 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자꾸만 되돌아보게 될 때 처음 출발했던 그 자리, 처음 발원했던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 설렘과 기대로 내디뎠던 첫 걸음의 그 마음을 다시 챙기면서, 정상의 대자유를 향하여 다시 출발하자.

/영산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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