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준 교도·장충교당(논설위원)

지난 달 백년성업회 교화·제도혁신분과 1차 연구모임에서는 필자의 제안으로 한 가지 흥미로운 작업을 하였다. 각 분과위원들이 교화혁신을 위하여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 다섯 개를 포스트잇 메모지 한 장에 하나씩 적어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수십 개의 과제들을 분류하고 유형화하여 분과 후보과제를 도출하였다.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역시 '교화체계 개편'이었다.

현재의 교화체계로는 교화대불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불을 보듯이 명확하며 대다수가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동에서 노년을 포함하는 생애 전 주기 교화에 현재의 교화체계는 무력하다.

교화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점에 합의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기의식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이유는 새로운 실험이 실패하는 것을 우려하는데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세 교당이 합치면 다섯 교당, 열 교당의 교화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을 기대하지만 시행착오로 세 교당이 한 교당처럼 쪼그라들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일은 항상 위험을 감수하는 선각자나 기업가의 몫이지만 새로운 시도가 실패의 위험을 내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여 '교화특구'를 제안한다. 우리 교화체계 전반을 개편하기 전에 실험적으로 1개의 특구를 선정하여 새로운 모델을 가지고 성공사례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우선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특구를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적으로 인근 지역에 위치한 3~5개의 교당이 협력교화를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하나의 교당으로 통합할 수 있다. 어쩌면 협력교화의 성공으로 통합하기 전에 개별 교당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경로가 이상적일 것이다.

물론 통합 이전의 협력교화에 시설이 문제 된다면 일부 교회의 사례와 같이 외부시설을 빌려 활용할 수도 있다. 아예 서울의 한 지구를 지정할 수도 있겠다.

추진방식은 상향식도 가능하고 하향식도 가능할 것이나 해당 교당의 출·재가들이 결의하여 교정원에 신청하는 상향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출가는 교당의 울을 트고 재가도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모두가 마음을 여는 결단이 필요하다. 경제적 문제는 해당 교당들이 해결하되 교정원은 인사정책으로 지원하면 된다.

한 특구에 약 10명 정도의 교화력이 탁월한 출가교역자를 배치해보자. 유년·학생·청년·청장년·장년·노년을 각각 1~3명의 교무가 전담하도록 하고 각 교무가 수양·연구 과목별 전문분야를 지도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출가교역자들이 생활관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합의에 의해 교당을 운영한다면 1인 체제의 '독단'도 막고 수행의 기풍도 효과적으로 진작하며 행정업무도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다. 자연스런 전공분야의 형성은 '프로페셔널'한 교화역량의 열매를 맺게 할 수도 있다.

격변의 시대에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조직은 쇠퇴하게 마련이다. 한 지역의 시도라면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 파급효과가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교화체계의 모색을 위해 필요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독단과 아마츄어리즘'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친 '하이원빌리지'에 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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