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유동성 대책을 위한 출가교화단총단회와 중앙교의회, 수위단회를 지켜보며 교단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서울교당 재개발에 관련된 의결은 원기90년 12월 서울교구 상임위원회에서 서울교당을 재개발하여 서울교당 및 재가 원로숙덕을 모시기 위한 건물을 짓기로 방향을 정하고 서울교당재개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요 교산의 처리는 중앙교의회의 결의사항임을 간과하게 된다. 그 후 현 교정팀에서 사업을 인수하고 실무를 관장하되 추진위원회에서는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로 하였다.

실무 팀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금융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였고 그 해결을 위하여 출가교화단총단회와 중앙교의회를 잇따라 개최하였다. 관련회의에서 교단의 재산을 처리하여 해결하되 우선 교당 기관의 유휴자금을 모으자는 결의를 하고 구체적인 것은 수위단회에서 대책위원회를 조직하여 추진토록 하였다.

수위단회에서는 재가출가 공동위원장 2인을 선정하고 위원은 3명의 조직위원에게 위임하였다. 이 과정을 돌이켜 보면 교단은 교정원과 서울교구에 결정권을 위임하였고, 교정원과 서울교구는 재개발추진위원회에 위임하였다. 그러나 유동성위기가 닥치자 교단(수위단회, 중앙교의회, 총단회)에 올렸고, 수위단회에서는 다시 대책위원회로 위임하였다.

위임된 사안을 교단에 올렸다가 다시 위임하는 것은 수임자의 책임회피에 다름 아니다. 어차피 전 조직 구성원이 참여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철저하게 법에 의하여 위임하고 위임받은 권한사항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수행해 내는 행정이 되어야 한다.

교정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여 위기를 초래한 것도 뒤돌아 봐야할 사항이다. 이미 교단의 유동성을 대비하여 교산 처리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조정 실패로 현금화하지 못하였다. 교단의 유휴자금을 모으면 된다 하지만 이 유휴자금도 대개는 정기예탁이 되어있는 상태다. 중도 해지하면 상당한 이자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시중 금리에 미치지 못하는 이율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안을 교정원에서는 고수하고 있다. 결국 다시 상당한 이자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교단을 위하여 교당과 기관이 희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처리하려던 교산을 약간 적은 금액으로 매각하였으면 유동성 위기는 없을 수도 있었다. 중앙총부에서 손실을 입지 않았으니 무방할지 모르나 그 금액 이상을 어쩌면 교당, 기관에서 나누어 담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이원빌리지 대책위에 거는 기대

13일 열린 임시 중앙교의회에서 하이원빌리지 건축에 따른 교단의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수위단회에 위임하기로 결의하였고 이어 열린 임시 수위단회에서 재가출가 공동위원장 2인을 선정하였다. 일을 꾸려나가는데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위원장만큼은 수위단회에서 선정하자는 의견에 따랐다. 이어 이선종 서울교구장, 김영택 재정산업부장, 나상호 기획실장을 대책위를 조직하는 위원으로 선임 결의하였다.

대책위원은 전문가 그룹에서 인선을 할 것이며, 일의 추진을 쉽게 하기 위하여 주로 서울에 주재하는 인사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제기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대책위 산하에 사실규명특별위원회(가칭)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책위원회를 눈 여겨 살펴보면 재가 위원장은 서울교당 재개발 추진위원이었으며 대책위원회를 조직하는 위원 역시 전원 추진위원들이다. 물론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가 참여해야 하며, 교정원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교정팀이 대책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총단회에서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촉구하는 분위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결국 자기가 벌여놓은 사업에 대해 스스로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하는 옹색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중은 대책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있다. 대책위는 대중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대중의 한 마음 한 마음이 합치면 큰마음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한 일 한 일에 대해 합력하면 큰일이 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사무여한의 정신이 바탕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죽도록 하다보면 희망이 보이고 대중들도 그 마음을 읽게 된다.

대중들은 하늘 눈과 하늘 귀와 하늘 입을 가지고 있는 하늘 사람이다. 대책위가 이를 등한시하면 또 다른 어리석음이 뒤따르게 된다. 참회심 없이 그저 해결만을 능사로 삼다보면 대중들의 합력이 소홀해 지게 된다. 진척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 대중은 함께 하려는 자세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 대책위도 이에 부합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응원과 정성이 합쳐지게 된다. 이와 관련 각 교당과 기관 단체에서도 이소성대, 일심합력, 사무여한을 점검하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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