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연합운동에 대한 국내 각 교단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불교는 크게 환영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이끄는 대로 마치 큰 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기독교는 진보적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대표가 참여하나 소극적이다. 가톨릭은 기독교에 비하여 개방적이지만 적극적이진 않다.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협의회 등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힘이 없다.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와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대산종사의 종교연합운동이 궤를 같이 하면서 이념이 잘 부합되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총회에서 김성곤 교도가 사무총장에 재선됐다. 본인은 사의를 표했으나 각국 대표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중임을 맡았다. ACRP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와 각 종단의 입장을 잘 조정해야하기 때문에 언어, 도덕성, 사회적 지위, 봉사정신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 김 교도가 잘 맞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 교도가 23일 중앙총부 법회에 참석하여 세 가지 제안을 했다. 원불교백년기념성업회의 사업에 세계종교평화센터 건립을 포함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세계종교평화센타를 건립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으나 각 교단의 참여도 역시 종교연합운동에 참여하는 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본 교단이 주도적인 역할을 아니할 수 없다. 마침 세계종교인평화회의 10차 총회가 원기101년에 개최되는데 이를 한국에 유치하면 원기100년기념성업회와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인재를 키우는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입정교성회의 인재양성은 좋은 교훈이 된다. 이번 ACRP 총회에서 김태성 교무 혼자 고군분투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실정이다. 매년 1명씩 원기100년까지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셋째는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센터 건립을 위한 법인을 운영하는데 투자되는 자금을 만드는 일이 개인에게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원불교를 통해서 모든 종교가 진리는 하나이고 세계는 한 일터임을 알아서 세계평화를 이루는 일을 개척해 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원불교가 세계종교로 가는 길이다. 김 교도가 제안하는 세 가지를 지금 당장 실현 할 수 없다 해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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