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선공후사(先公後私)의 헌신적인 리더십

'원불교 봉공인'의 모습을 그린다면 아마 이런 얼굴이 아닐까. 선하고 밝은 표정, 게다가 상냥하고 씩씩해서 상대가 누구건 금방 호감을 갖게 하는 성격. 전북교구 봉공회 김명지(57·전주교당) 회장을 만난 느낌이다.

"진안교당에서 학생회를 다니면서 어머니들이 해 주셨던 간식과 밥을 많이 먹었어요. 그때의 빚을 갚는 거지요. 그나마 이렇게 은혜에 보은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에요."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
인과진리 믿고 스스로 만족


원불교 가정에서 태어나 추호의 의심 없이 신앙생활을 지켜온 김 회장, 특히 학창시절 교당 교도들이 베풀어주었던 가족과 같은 정성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법열이 넘친다.

"저는 봉공의 의미를 받들면서 공경하고 섬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짧고 간단하게 말씀드려도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요."

그의 말처럼 간단하고 쉬운 듯 하지만 봉공의 삶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타고난 밝은 성품으로 전북교구 봉공회 20년 역사에서 14년째 봉공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의 활동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다. 청소년, 지역사회, 노인복지, 북한돕기 수익사업 등을 꾸준하게 펼쳐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년소녀 가장과 노약자들을 위한 봉사 등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몇 년전부터 독거어르신, 이주여성, 결손가정 아동들에게 김치를 담아 나눠주고 있어요. 겨울철 김장김치 나눔행사는 여러 단체에서 많이 하고 있지만, 봄철 김치 나눔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히 학교사회복지사와 연결한 결손가정 아동들을 위한 김치나눔 사업은 전주시 교육청을 찾아 아이디어를 내고 동의를 구하여 이뤄진 만큼 원불교봉공회를 알리는 간접교화도 됐다.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은 물론 칭찬도 많이 들었다.

14년 봉공활동 타고난 밝은 성품
의무 아닌 나누는 기쁨


지역으로부터 인정받는 봉공활동은 많다. 그 가운데 2002년 월드컵 행사를 개최하면서 실시한 재래시장 화장실 청소는 처음 여러 단체에서 함께했는데 지원금이 끊기자 대다수 단체들이 봉사활동을 중단했다. 지금은 시장사람들이 "원불교에서 오셨지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고 반가워 해 줄 때 가장 보람 있다고 한다.

장애인 가정 돌보미 봉사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에서 서포터즈 교육을 받고 처음 10가정을 배정받아 시작했다.

지금은 3가정을 선정하여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엄마와 신체장애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은 사회의 몫입니다. 물론 장애인 가정에서 세탁이며 일손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자력생활을 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던 아이가 점차 입을 열고 자신의 의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가는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중단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장애를 가진 부모도 그의 진심어린 손길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손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다.

안으로 밖으로 내실 있고 꾸준한 그의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은 지역사회 호응은 물론 지난해 연말에는 전북여성자원봉사센터가 주최한 봉사자 표창 시상식에서 유공자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제가 한 일은 하나도 없어요. 모두 전북교구 봉공회 역대 회장님들부터 총괄해서 추진해 온 사업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회원들과 함께 진행할 뿐이지요."

이러한 겸손함 뒤에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헌신적인 리더십이 큰 힘으로 발휘되고 있다.

"달리 뭐가 있겠습니까. 화합하는 봉공회를 만들어 교단과 사회로부터 환영받는 전북교구 봉공회가 되도록 더욱 정성을 들일 뿐이지요."

그는 봉공회를 성실히 수행하려면 "우리가 누렸던 아름다운 행복을 세상에 전하고 인과의 진리를 믿고 스스로 만족했던 봉공활동을 변화시켜 더 많이 나누는데 있다"고 말한다.

대종사님 말씀에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된다"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4대 봉공을 실천한다는 김 회장. 봉공회와 하나된 그의 복된 삶이 있어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들은 희망과 용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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