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를 만나서 행복한 군 생활 했죠"

'앗, 경계다' 마음공부 하고부터 군대 내에서 시비 줄고 상대 인정
가위 바위 보, 초코파이 게임으로 신나는 법회 리드

▲ 군대에 오면 부모은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는 장병들. 아직은 어설프지만 '법신불사은'을 향한 간절한 심고시간.

"7월의 한 여름이었죠. 저는 헌병이라서 뜨거운 아스팔트에 6시간 서 있었습니다. 당시엔 이병이라 교대도 없었어요. 그렇게 매일 근무하던 중, 원불교를 알았습니다. 교당에 왔는데 입정시간이었어요. 땡~하며 경종소리가 나더니 제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츰 답답했던 가슴이 환하게 열리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아마 평생 가지고 갈 것 같습니다." 박인철(법명 예성) 병장의 원불교 첫 만남에 대한 소감이다.

매주 일요일 10시 계룡교당에서는 군법회와 일반법회가동시에 이루어진다. 부대에서 내 준 버스 1대가 계룡교당 앞에 섰다. 곧 이어 40여명의 장병들을 쏟아내고 버스는 큰 길로 사라졌다.

장병들과 교도들은 원불교TV에서 제작한 뉴스위크를 시청한 후 법회를 시작했다. 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장병들의 눈은 사회석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다. 세심한 법회자료가 안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정시간엔 음악과 영상, 교가 가사, 독경 등 성가까지가 장병들에겐 1부 법회이다.
이어 장병들은 유치원교실로 내려간다. 2부 법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고개 숙인 장병이 있을까 싶어 오늘도 어김없이 진행되는 게임이 있다. 일명 '초코파이 게임.' 신나게 게임을 리드하는 홍도천 교무. 홍 교무의 가위, 바위, 보 구령에 일순간 30여 명의 장병들 손이 제 각각 허공을 향해 높이 솟았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소리가 있다. 게임에 진 사람들이 내는 김빠지는 소리이다. 최후의 1인이 남을 때 상품으로 지급되는 초코파이. 자랑스럽게 초코파이를 받아 함께 온 장병들에게 인심을 건네는 장병. 그 모습을 보니 기회는 이때다 하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게임이 끝나고 오늘의 설교 핵심이 들어있는 동영상이 상영된다. 설교는 길지 않다. 사회 현상과 접목시킨 짧고 강한 교리메시지를 줄 뿐이다. 그리고 40분간의 자유시간을 가진다음 점심을 먹고 12시 30분에 복귀를 한다. 홍 교무는 자유시간을 통해 장병들 상담을 한다. 진로지도 등 다방면의 도움을 주고 있다.

이준혁(법명 진규) 병장은 법회를 본 후 장병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원불교 법회는 영외법회라 자유스러움이 보장되고, 점심을 주니까 군생활 스트레스를 풀고자 사람들이 참여하곤 합니다. 하지만 한 두번 오다보면 달라집니다. 마음공부를 하게 되고, 감사생활을 하게 된다고들 합니다. 특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람들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법회를 통해 마음공부가 어느 정도 익숙해 졌나 보다. 이제는 짜증날 때도 '나를 성숙시키려는 경계이다'고 은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또 설교를 생각하며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힘도 조금 생겼다고 한다.


이렇듯 법회를 통해 원불교에 대해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갖고 전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단다. 특히 입교를 한 장병의 경우 전역 후에 찾아갈 교당까지 정하고 가기도 한다.

박인철 병장도 이번 6월이면 전역을 한다. 고향은 이천이지만 학교는 부산이라서 서면교당에 찾아가겠다고 벌써부터 약속을 했다.

법회에 참여한 장병들은 "교무님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가지각색의 장병들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봐 주십니다. 또 장병들 중에 가끔 아닌 행동을 할 때도 있는데 끝까지 믿어주고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고 속마음을 전한다.

늘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주어 원불교가 좋다는 장병들. 그들은 홍 교무를 귀찮게 한다. '입정에 사용했던 음악 좀 주세요.' '교전 한 권만 주세요.' 그렇게 다가오는 장병들이 고마울 뿐이다. 이런 그들의 소망은 한결같다. 바로 '원불교가 앞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또 지금도 세계로 많이 뻗어 나가고 있지만 '더 활발하게 세계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한다. 20대 초반의 장병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참으로 가슴 뭉클해지기도 했다.

안경덕 교무는 "계룡대는 대한민국의 국방부와 육군 해군 공군 본부가 한자리에 위치한 부대입니다. 전 군의 핵심부대인 것입니다"고 설명한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정이 각 군 예하부대에 전달되고, 모든 상황이 계룡대에 집결된다. 그래서 계룡대가 갖는 위치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계룡대에 근무하고 있는 이선원 교도는 계룡대 법회가 승인되기까지의 고충을 말했다. "처음에는 장병 1~2명이 식당 한쪽에서 사적인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때 군에서는 원불교 모임에 가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문을 보내 압력을 넣기도 했죠. 그나마 저를 믿고 활동하겠다고 홍 교무님이 나섰는데 쉽지 않았어요. 또 저는 어느 목사에게 불려가 사이비 사탄이란 말을 수없이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곳에 이제 원불교 교당이 세워진다. 그리고 처음 1~2명 모임에서 지금은 최고 70여명까지 법회에 온다. 

계룡대에 들어설 교당의 건축 모형은 젊은 세대에 맞는 원불교의 의미 전달을 위해 교리도 형상을 마음에 두고 박도정 교도(강동교당 교도회장)가 설계했다. 규모는 지하1층 지상2층으로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중앙부가 동그랗게 법당이 들어서고 둘레에는 잔디로 가꿀 예정이다. 계룡대 교당이 완공되면 원불교 군교화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룡대에 교당이 완공되면 '전군 어디에나 교당을 지을 수 있다'는 상징성도 크다고 한다.

▲ 계룡대에 들어설 교당 조감도(사진 하), 일요법회 중(사진 상)
계룡대 영내에 지어질 조감도를 보니 옛 삼동원의 명성을 되찾은 듯 성지처럼 엄숙한 느낌이 전해온다. 사실 교당에서 400M쯤 거리에 옛 신도안의 삼동원 터이다. 많은 스승님들의 얼과 혼이 살아있는 성지라면 성지가 아니겠는가.

교도들은 상당한 건축비가 소요되는 불사이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군종방언공사를 진행한다는 심경이란다.

전역을 할 때쯤 장병들은 홍 교무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고 떠난다. "원불교를 만나서 군 생활을 참 잘 마칠 수 있었다. 또 행복했다"는 멘트이다. "장병들이 많은 수가 함께하는 법회도 중요하지만 작은 수로 한 사람 한 사람 변화를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는 홍 교무. 전역한 장병관리에도 소홀 할 수가 없어 늘 바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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