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교수의 음악산책 2

매년 1월1일이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지크페라인 홀에서 열린 신년음악회를 위성 중계로 세계 71개국이 방영하여 수천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동을 주었다.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는 빈 필하모닉의 전통 때문에 해마다 누가 지휘봉을 잡을지에 관심이 쏠리는데 2009년 신년 음악회의 지휘자는 베를린 슈타츠오퍼 음악 총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이 영광을 안았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이스라엘 국적을 지닌 지휘자 바렌보임은 7세때 베토벤 소나타로 독주회를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였다. 연주자로서 천재성을 보인 그는 1989년 빈 필하모닉에 데뷔한 이후 객원 지휘자로 활동해 왔다. 중동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렌보임은 이번 신년음악회에서도 연주 중간에 관객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중동평화와 세계평화를 기원했다.

주로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가 연주되는데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연주를 변화무쌍한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매순간 탄성을 지르며 큰 감동과 함께 행복함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우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안네폴카, 남극의 장미, 라데츠키 행진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집시 바론 등을 연주했는데, 특히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라데츠키 행진곡은 관객들의 박수를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머러스하고 절도있게 유도하여 관객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워했다.

신년음악회의 피날레 곡으로는 하이든 심포니 NO.45 '고별'을 연주하여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기쁨을 안겨 주었다. '고별'이라는 곡명이 부쳐진 데는 하이든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니콜라스 백작과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하이든 음악의 애호가였던 니콜라스 백작은 하이든과 단원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연주회를 계속하게 했다. 휴가를 바라던 그들은 연주를 통해 백작에게 그 뜻을 전하기로 하고 파트별 연주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연주장을 떠나기로 했다. 그 후 백작은 그들에게 휴가를 허락하게 되어 그 때부터 '고별'이란 곡명이 부쳐지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니콜라스 백작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어떠했던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번 2009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계기로 멋진 연주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고 순화시켜 주는지 새삼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