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과 함께 자연 속으로 고고(go go)!

일원가정으로 보은하며 사는 길
바른 먹거리 생산은 나의 사명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 위치한 유정란 생산지를 찾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구불구불, 울퉁불퉁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듯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니 놀랍기만 했다.

오랜 봄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수도암 저수지를 끼고 한참을 더 올라간 곳에 소담한 거처를 마련한 이가 있다.

40살의 유학성 교도(영산교당). 영산성지고를 졸업한 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내내 고교시절에 보낸 길룡리의 매력을 잊지 못해 5년전 부터는 아예 이곳에 정착하여 토종닭을 키우고 유정란을 생산하며 자연이 주는 여유와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지난해에는 아내와 세 자녀까지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솔직히 초반에는 이게 잘하는 일일까 걱정도 됐어요. 많은 분들이 낭만이 아닌 진짜 시골생활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득과 연관이 되지 않으면 젊은 사람에게는 힘들거든요. 그나마 저는 아내와 자식들이 잘 적응해 주어서 다행으로 알아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 있어 굳이 도시생활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그는 그래도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농촌생활은 낭만이 아닌 현실임을 강조한다.

생활의 전부가 된 유정란과의 인연은 그의 고교시절과 무관하지 않다. 잠시 학업에 흥미를 잃었을 때 그와 절친했던 친구가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를 일러주었다.

"하마터면 지금의 유학성이 존재할 수 없었지요. 학교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군대에 가서도 휴가를 받으면 모교를 찾아 후배들과 뒹굴며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였어요. 그런 저에게 은사인 곽진영 선생님께서 유정란을 생산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넌지시 말씀하셨죠. 당시 마음은 있었지만 자신이 없어 선뜻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사회생활을 하던 중 딸 수진이의 울먹이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빠 달걀이 시커매. 하나밖에 없는 라면을 다 망쳐 놨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간식으로 먹으려고 라면을 끓인 후 계란을 풀었는데 그 계란이 상해서 시커멓게 변한 것이었다. 그의 마음을 다시 길룡리 유정란으로 돌아가게 하는 순간이었다.

"잘못된 먹거리가 당장 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순간 '제대로 된 먹거리를 생산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일어났어요."

69년 닭띠 인생에 찾아온 새로운 삶이었다. 그러나 닭장에서 빽빽하게 자라는 일반 닭과는 달리 방사 유정란을 생산하는 것은 사정이 달랐다. 더구나 금융위기로 사료값이 급등하여 면적단위 생산율을 따지면 별것이 없었다. 돈만 따지면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롯한 정신으로 생물을 대해야 제대로 된 먹거리가 생산된다는 의지로 버텼다.

"점차 저는 닭에 의해 길들여지고 있었어요. 닭이 일어나는 시간에 눈을 뜨고 닭이 사료를 먹는 시간에 따라서 하루일과가 달라졌어요. 이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판매가 되지 않아 1톤 트럭에 계란이 고스란히 쌓인 적도 있었요. 다행이 요즘은 영산교당에서 소문을 잘 내주셔서 전국에 유통되고 어느 때는 물량이 없어 못 보내 드릴 때도 있어요."

무작정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는 것이 농가의 현실이기에 그는 크게 욕심 내지 않았다. 공기 좋은 산에서 항생제 없이 자연에 내놓고 닭을 기르고 때가 되면 낳아준 달걀을 감사하게 받아 찾는 이에게 보급하는 것이 질 좋은 유정란을 생산하는 그의 노하우다. 다행히 바른 먹거리를 찾는 전국의 미식가들에게까지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꾸준히 주문량이 늘고 있다.

그에게는 몇 가지 목표와 꿈이 있다. 영산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김선명 교무를 만나 온 가족이 일원가정이 되었으니 이제 사은에 보은하는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영산교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민들레세상지역아동센터에 유정란을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영산교당 김선명 교무님이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모색한 사업이 지역아동센터인데 처음 생각처럼 많이 못 도와드리고 있어 죄송하지요."

또한 이 지역에 6~7가구의 농가를 육성하는 것이며, 인터넷 블로거 쇼핑몰을 활성화 하여 판매유통망 확보도 그가 금년에 하고자 하는 목표들이다. 기꺼이 수고로운 삶을 선택한 유 교도, 참된 행복은 소득이 올라가고 먹고 쓸 것이 넘쳐나는 풍요로움에 있지 않음을 그를 통해 또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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