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멈추고 정신개벽 돌아 볼 때"

▲ 사진은 대운하 개발문제로 순례에 나선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경산종법사는 지난해 대각개교절을 맞아 중앙일간지 인터뷰에서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는' 3덜 운동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경산종법사는 천지자연 현상의 역류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 "너무 많이 개발하니 생태계의 문제가 생기고, 너무 많이 만드니 자연이 훼손되고, 또 우리가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에 이어 '3덜 운동' 가운데 '덜 개발하는 것'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 너무 많이 개발해 생태계에 문제생겨
"우리가 자연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릴 때 결국은 우리 자신도 더 이상 숨 쉴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개발과 소비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지구에 10년, 아니 7년 내 치명적 바이러스가 몰려와 인류가 큰 위기에 처한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예언입니다."

김지하 시인이 한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좀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개발과 소비로 파국이 도래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산종법사가 "너무 많이 개발하니 생태계의 문제가 생기고, 너무 많이 만드니 자연이 훼손되고, 또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 법문과 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광우병 소에 대한 문제도 식물성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여 천지의 순리를 역행시킨 인간의 개발심리에 대한 업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같은 개발심리는 토마토나 옥수수, 콩 등의 유전자변형식품(GMO)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 된다. GMO는 대량생산이나 장기보존을 위해 식물에 동물유전자를 이식시켜서 만들어낸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도 식용으로 수입되는 GMO 양이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면 GMO에 대한 파장도 광우병 소 못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씨의 '7년 내의 위기설'대로라면 이러한 현상들이 개발주의의 파국으로 나타나는 징후일 수도 있다.

■ 개발 지상주의의 질주
인간의 개발주의는 인류가 태동하면서 함께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근대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근대화의 역사는 대체로 250년전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업화로 이루어진 생산력혁명이 시민혁명으로 이어지면서 근대사회가 형성된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혁명과 함께 공업에 의한 자연의 심각한 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면서 파행적 공업화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다가 한국의 공업화는 196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에 의해 '조국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본격 추진됐다. 박정희 정부는 '잘 살아보세'라는 기치아래 대규모 개발붐을 일으킴으로써 우리나라에 토건국가를 태동시켰다.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1960년대와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에 기원을 둔 개발지상주의이다. 이와같은 개발지상주의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이 질주해 왔고 지금도 전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네 들판과 산의 곳곳은 아파트와 도로 건설의 공사판으로 변해 있다. 이러한 무모한 개발로 우리의 산천은 머지않아 생명체들의 온기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거대한 시멘트무덤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도 정부도 개발을 원한다. 개발이라는 낱말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과시하기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개발론자의 대통령, 개발론자의 국회의원, 개발론자의 시장과 군수를 선호하고 있다.

국민은 정부에게 개발을 요구한다. 최근의 10년만 해도 노무현정부가 각종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전국을 공사장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앞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을 택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역시 그 가부야 어떻든 한반도 대운하를 최대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출발했다.

우리 사회는 멈추지 않는 개발의 질주를 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이 질주의 대열에서 꿈을 깨지 못하는가.
"우리나라를 계속적으로 키워온 꿈이 돈 버는 꿈입니다. 그런 욕망이 노무현 정부 하에서 상당히 팽창·확대된 측면이 있고,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서 경제성장 하고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사태 전개의 일부입니다. 다른 선택을 했어도 결국 그렇게 갔을 겁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 일간지에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이에 대해 김종철 발행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거창한 공약을 내걸게 마련이고 그 공약 때문에 필연적으로 엄청난 환경 파괴가 뒤 따른다"면서 "새만금도 대선 때문에 생겨난 재앙이고, 수도이전이니 국토의 균형발전이니 하면서 전국의 땅값만 엄청나게 올려놓은 것도 선거공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 사회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정신없이 개발의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생태주의의 대안
개발로 인한 자연의 변화느 대부분 '비가역적 변화'이다.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오염과 파괴와 고갈로 나타난다.

첫째 공업화에 의해 오염된 자연을 되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환경호르몬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밖의 자연만이 오염된 것이 아니라 자연의 한 요소인 우리 자신까지도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둘째 공업화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되살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길을 내고 아파트를 짓기위해 파괴한 산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셋째 고갈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업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지구를 대량으로 소모한다. 그러나 지구는 무한하지 않다. 현대 공업문명을 떠 받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인 석유는 이미 고갈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개발주의에 팽배된 사회통념과 함께 생태주의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생태주의는 근대화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 산물이다. 요컨대 근대화로 말미암아 자연이 급격한 변화를 갖게 되었고, 결국 이 때문에 인간 자신이 생존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으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생태주의가 나타난 것이다.

생태주의자들은 단순히 '자연을 지키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 현재의 사회구조와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우리 자신의 정신개벽이 선결되어야 사회가 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상에 수륙공(水陸空)의 모든 교통수단(交通手段)이 날로 편리하게 개발되고 있으나 우리 인간의 마음에 원만하고 뚜렷한 표준의 길이 없이 밖으로 고속도로(高速道路)만 늘아나고 모든 문명의 수단만 가속화(加速化)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방향을 잃고 사로(死路)와 미로(迷路)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작업 취사의 공부를 더욱 부지런히 하여 매사에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중도(中道)를 잡아서 탄탄대로(坦坦大路)에서 활보(活步)하는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날로 실천력(實踐力)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대산종사가 개교 반백년을 기념해 한 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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