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방향설정에 변화 줄 필요
비교도들에게도 호감일으켜야

"독자 관심 끌 수 있는 장치 부족하다"

홍문택 신부(54·사진)는 신문에 대해 경험이 많다. 그는 천주교계 신문인 평화신문의 주간으로 있으면서 발행부수 8천부에 불과했던 신문을 10만부로 탄탄하게 끌어올렸던 이력을 갖고 있다. 평화신문은 기존에 있던 가톨릭신문에 비해 후발주자이면서 이 신문과 함께 한국 천주교계의 양대 유력신문이 됐다.

홍 신부와 본보와의 인연은 1년 전 본사 황인철 사장이 자문을 구하기 위해 홍 신부를 방문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당시 홍 신부는 "이웃종교의 신문사 사장이 신문에 대한 자문을 받으러 온 사실에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불교에 대해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탓에 감동이 더욱 컸다"고 덧붙였다. 홍 신부는 황사장을 만난자리에서 원불교 신문의 발전을 위해 많은 조언을 했다.

이 번에는 기자가 서울 대방동 성당에 있는 그를 만났다.

원불교 신문을 훑어본 홍 신부의 첫 마디는 "신문이 예전보다는 읽기가 편하고 좋아지긴 했지만, 너무 교과서적이다"는 것이다.

"아직 너무 얌전해요. 도식적이고 단순합니다. 관심을 끌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합니다."

그가 말하는 '장치'란 '독자의 눈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장치'다. 이를테면 독자의 시선을 끌고 다닐 수 있는 사진이라든가 기사제목을 가리킨다. 우리 신문에는 사진이 단순하고 기사제목이 무미하고 건조하다는 것이 그의 평이다.

그는 이와함께 “신문의 이념과 방향설정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종교 교양 종합지로써 기사를 다양하게 편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것을 주문하자 그는 “소식, 교단이나 교당, 인물동정, 해외포교사업, 의료복지사업 등의 시설복지, 서적, 출판, 음악, 음반, 문화상식과 인물, 교화현장, 교화단상, 역사기행, 과거 주요인물사나 회고담, 쉬운 교리퀴즈, 만평 등의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편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참여가 많아야 구독욕구도 발생한다”며 “교도들의 명단을 정치, 교육, 예술, 연예, 체육 등 장르별로 파악하고 분류해 상황에 따라 독자가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는 비교도들에게도 호감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서 수행의 현장, 수도원, 서원관 등의 현장기사를 늘리고 소설게재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신부는 이와같은 요건들을 충족시키기위해서는 “현재의 12면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신문이 최소 16∼20면으로 증면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신부는 1982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 후 길음동 성당, 명동성당, 미아3동 보좌신부를 거쳐, 고덕동성당에서 주임신부로 일했다. 그는 1992년 평화신문 주간을 한데 이어, 재단법인 평화방송 TV 주간을 거쳐 상무이사 겸 사업단 대표이사로 일했다. 또 2001년까지 가톨릭 출판사 사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대방동 성당 주임신부이다. 그는 '그토록 사랑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가톨릭출판사) 등 27권의 가톨릭 관련 책과 명상적 시집을 냈다.

6월20일자 신문을 보면

"기사내용에 적절한 제목
동적인 사진을 크게 써야"

홍문택 신부는 6월20일자 원불교신문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소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소감내용을 그대로 옮겨 정리한 것이다.

■ 신문 1면의 경우
▲기사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 사진은 없고 긴 글의 기사가 많다. 오른쪽 상단의 사진이 유일하다. 이 사진은 쓰촨성 지진과 관련된 것으로, 일간지에서 흔히 보아왔던 너무나 평이한 것이고 시사성도 떨어진다.

또 기사내용이 문제다. '쓰촨성 주민들 정신적 치료 시급'이 주제목이고 '위생관리 등 어려움 가중될 듯'이 부제목으로 나온 이 기사가 뜬금없이 왜 1면에 자리잡고 있는지 의아하다.

이 기사는 '우리가 도와주자'는 주제의 꼭지제목을 달고 시리즈로 나와야 할 르뽀성의 기사여야 한다. 그러나 기사내용으로 봐서는 의도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 신문 2면의 경우
▲'원로회의 경산종법사 개회사법문'은 1면 기사와 관련해 2면으로 빠진 기사인데 2면의 톱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사진이 증명사진이 아니라 원로회의 장면과 같은 동적인 사진이 크게 실려야 한다.

▲왼쪽 중간 '바른용어 즐거운법회' 코너는 좋다. 다만 '설교에서 잘못 발음하는 말'도 중요하지만 전체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용어해설이 필요하다. 현재 원불교신문이 쓰고 있는 용어는 출가자나 교도가 아닌 경우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재가교화자, 대정진, 교화대불공, 교정원, 교립학교, 정사, 종사, 종법사 등의 용어들로 채워진 신문을 교도 외의 사람들은 읽어내지 못한다.

이 말은 교도외의 독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신문을 통한 교화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그 밖의 면
▲4면의 경우 '교단 연구강화 3/4 - 국가연구소 연구원 기고'에는 사진이 없다. 딱딱한 글은 사람들이 잘 안 읽기 때문에 사진물들로 독자의 시선을 유도해야 한다. 제목에서 '3/4'의 경우 (홍 신부는 제목글의 '3/4'를 3·4분기로 읽었다. 기자가 4개의 시리즈 중 3번째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누가 기자의 의도대로 읽어주겠나?

▲'6면에는 꼭지 제목들이 똑바르지 않다. '행복한 수행 2'가 '초발심'이라는 기사제목과 헝클어져 배열되어 있다. '감상문', '독후감', '새책소개' 등의 용어로 제목을 단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11면의 '오피니언'은 다양한 기고자가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의 글 밖에 없다. 그것도 '우리사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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