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나와 세계를 살리는 길

"우리의 딜레마는 지속적 성장이 몰고올 대 파국입니다. 국가나 국제기구 그 무엇도 이 대파국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가만히 앉아서 파국을 맞이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이것입니다. 깨우친 사람들이 개인의 삶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무리를 이루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공동체입니다. 21세기의 나와 세계를 살리는 길은 삶의 형태를 바꾼 개인과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공동체는 도시와 시골 모두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지난해 원불교 중앙총부 9월 특강에서 '야생초편지'의 저자 황대권 씨가 한 말이다. 그는 생태공동체 연구모임인 생명평화 결사 부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1일 대전역에서 그를 만나 개발주의에 대응한 그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들어 보았다.

그는 우리사회를 개발주의의 광기로 몰아넣은 것은 일제식민지에 의한 핍박한 생활과 근대교육제도로 생겨난 결과로 보고 있다.

"우리는 개발주의에 목매달고 살았죠. 일제 36년 동안 못살았던 것에 한이 맺혔죠. 여기에다 근대교육제도가 한 몫을 했습니다. 우리는 서양문명이 만든 학교에서 서양문명이 만든 교과서로 세뇌된 물질문명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조선시대에 우리 선비들은 인문학적인 방대한 지식과 시와 음악을 즐긴 종합적인 지식인상이었고,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도 하나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고, 대상을 우주와의 조화 속에서 자연친화적으로 보았다"며 "우리의 근대화는 이와같은 전통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출발한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소태산을 비롯 구한말의 선각자들이 주장한 개벽예언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질문명의 껍질을 깨고 정신적으로 새롭게 개벽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민의 세뇌된 개발주의가 충격요법이 없는 한 좀체로 바뀌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번은 KBS공개홀에서 '덜 개발하자'는 주제로 갖고 강의해달라고 해서 강의를 했는데, 낮에 하는 강의라 나이든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몇몇 모여서 내 강의를 들었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느낌이 '동네 앞에 길도 내고 공장도 세우고 개발해야지.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냐'는 식이었죠. 마치 벽에다 대고 강의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의 생태공동체에 관한 생각을 묻자 "생태공동체에서 생활하거나 혹은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한다면 사회의 그룹별로, 이를테면 회사나 학교 등 집단별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장을 갖는 생활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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