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말했거니와 반야심경을 공(空)의 경전이라 한다. 현상의 모든 것이 실체적 아(我) 즉, 자성(自性)이 없는 것이니 이 제법(諸法)의 공한 모습을 공상(空相)이라 한다.

이 세계는 능이성유상하기도 하고 능이성무상하기도 한 일원상의 진리가 나타낸 세계로서 보는 관점에 따라 유상으로 보면 유상하고 무상으로 보면 무상하다.

즉, 유상으로 보면 상주불멸로 여여자연하여 무량세계를 전개하였고 무상으로 보면 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사생의 심신작용을 따라 따라 육도로 변화를 시켜 혹은 강급으로 혹은 진급으로 혹은 은생어해로 혹은 해생어은으로 이와같이 무량세계를 전개하였다.(일원상서원문)

그러나 중생은 이 무상으로 전개되어 있는 무량세계를 무상으로 보지 못하고 유상으로 전개되어 있는 무량세계를 유상으로 보지 못한다.

갈애(渴愛)의 무명업식이 그 갈애하는 바를 해소하기 위하여 그 속에 들어가 누리려고 나투는 것이 현상이기 때문에 그렇다.

각자의 상념이 나투어 실상이 없는 무상한 것을 유상한 것으로 착각하여 이에 집착하니 이것이 전도몽상(顚倒夢想)이요, 거기에 고(苦)가 수반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끝없는 윤회의 세계다. 그래서 어리석은 우리 중생인 것이다.

반야심경은 이 어리석은 중생의 망상을 스스로 타파하여 전도몽상의 여읨을 통하여 고를 벗어나게 하는 가르침이다.

그리하여 중생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여 집착하고 있는 무상한 현상의 모든 것을 무(無)와 불(不)로 부정하여 그 실체 없음을 설하고 있으며 드디어는 고집멸도나 무명은 물론 무명이 다하여 없어진 무명진(無明盡)과 심지어 그 없음을 깨닫는 지혜마저도 없다고 부정함으로써 피안인 실상을 깨닫게 하는 것이니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모제사바하'이다. 영천영지영보장생하여 만세멸도상독로한 자리가 이 자리이며 무아무불아(無我無不我)의 자리가 이 자리이니 바로 유상과 무상을 아우른 일원상이 나툰 세계인 무량세계로서 '하나, 하! 나(我)'의 자리인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