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대각개교절, 은혜 잔치로 신심만 높아지더라

주임교무는 지휘자, 교도는 맡은 역할만 할 뿐
오늘 하루는 대종사님 깨달음을 홍보하는 날
법·놀이·은혜잔치 풍선날려 하늘에 법문공양까지

4월28일, 대각개교절 아침이다. 신림교당(이선조 주임교무) 30여 교도들은 서울대학교에 '은혜 국수 나눔 잔치'에 갈 준비로 부산하다.

10시30분, 서울대 원불교대학생회(이하 서원회)는 어깨띠를 두르고 홍보 리플렛을 들고 학생들에게 다가섰다.

"저- 이것 가시연꽃인데요. 책갈피로 쓰세요. 그리고 오늘 원불교열린날인데 은혜 국수 나눔 잔치를 해요. 드시고 가세요. 기다리는 동안 원불교에 대한 리플렛도 읽어 보시구요."

사실 서원회 학생들은 '원불교' 동아리가 아직은 열악하니 홍보를 한다는 것이 썩 기쁘지는 않았단다. 한마디로 안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마음도 잠시, 국수를 먹겠다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금새 그 마음은 사라진다. 또 나눠준 유인물을 다 읽고도 버리지 않고 챙기는 모습을 볼 때면 대각개교절 행사의 뿌듯함이 불끈 솟는다고.

김대선 서원회장은 행사를 통해 믿음이 더 강해 졌다고 한다. "10시부터 2시까지 불과 4시간 하는 행사이지만 제가 일심을 다했다는 것을 느끼면 참 뿌듯합니다. 또 원불교를 학생들에게 알리며 내가 마치 원불교의 주인이 된듯하여 소속감이 배가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현제 봉공회장은 교도들이 봉사를 통해 꼭 한가지 열망하는 것이 있단다. "우리 교리를 서울대 학생들이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교법에 바탕하여 나라와 세상을 발전시키는 인물이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런 염원 때문인지 서울대 봉사활동은 서로 갈려고 줄을 설 정도이다. 그래서 교당에서는 단체별로 파트를 나눴다. 봉공회는 서울대, 여성회는 경로당의 효잔치, 청운회와 청소년들은 홍보담당, 관공서 인사는 회장단이 맡아 진행한다.

서울대에서 국수 나눔 잔치가 열리는 동안 신림5동 경로당과 신오경로당에서는 또 다른 잔치가 열렸다. '노인정 효도잔치'로 은혜의 점심공양이 한창이다.


교당 여성회원을 중심으로 70여 명 어르신들에게 정성스런 점심상을 차려드린 후 구수한 민요 공양을 더했다. 이날은 노인정을 교당에서 접수한 것이나 마찬가지. 어른신들 입맛에 딱 들어맞는 떡과 과일, 반찬으로 별미를 대접하니 "원불교 최고"라며 입이 귀에 걸린다.

이선조 교무는 교도들이 한 해 중 가장 많은 보람을 느끼는 날이라고 한다. "이날만큼은 우리 교도들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이웃을 위해 활동하고 싶어합니다. 바로 대종사님 깨달음의 은혜를 맘껏 나누고 싶어서이죠. 또 이 하루를 대종사님께 오롯이 바쳤다는 성취감이 함께 한 듯합니다."

이렇듯 은혜잔치를 마치고 정리하고 나면 오후 4시. 5시부터는 청운회와 청소년분과에서 신림사거리와 지하철 신림역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원불교 홍보를 한다.

어린이들은 스카우트 복장을 하고 사탕과 가시연꽃, 대각개교절 홍보 리플렛을 나눠준다. 꼬마들이 건네는 뜻밖의 선물에 반응은 갖가지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경계를 하는 사람도 많단다. 2시간여 홍보를 하고나면 교도들은 결국 스스로에게 홍보를 한 격이라고. "길거리 홍보를 하고나면 교당 주인이 된 듯해요. 또 왠지 모를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겨 어깨가 수~욱 올라가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저녁 7시, 드디어 대각개교절 경축 기념식과 놀이잔치가 열린다. 1부는 기도와 기념식 및 입교식, 2부는 공동생일 경축 놀이잔치, 3부는 소원 풍선 날리기가 진행된다.

놀이잔치는 '대종사님 감사합니다'는 주제로 열린다. 단별 또는 단체별로 노래팀, 춤팀, 극놀이팀으로 다양하게 자축한다. 또 틈새 퀴즈대회를 하며 상품도 푸짐하다. 올해의 극놀이는 소의 해를 맞아 '마음소 길들이기'이다. 맛깔나는 말투에 코믹함을 버무려 마음소를 찾아가는 여정은 신림교도들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극놀이란다. 어린이들의 합창과 청소년들의 춤, 그 숨은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공동생일 날이다.

놀이잔치를 마치고 교도들은 모두 명상에 잠긴다. 대각개교절 경축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법문이 적힌 소원종이에 소박한 소원 하나씩을 적어 풍선에 매단다. 그리고 그 풍선을 들고 법당 옥상으로 향한다. 풍선이 각자의 소원을 달고 하늘 높이높이 날아가는 동안 합장하고 목탁소리에 맞춰 염불을 한다. 풍선이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내 소원 풍선이 좀 더 높이, 멀리 멀리 날아가 주길 염원한다.

유난히도 긴 하루로 느껴지는 대각개교절. 이렇듯 은혜로운 날을 위해 교도들은 참 많은 준비를 했다.

4월23일에는 독거노인 30가정을 대상으로 김치나눔 행사를 했고, 교당 교도들간 훈훈한 정과 친절한 마음 나누기를 위해 축하편지 보내기를 했다. 또 대각개교절 공동생일 선물로 교리헌배 CD와 일원상 닮은 도넛츠를 나눴다.

기관 및 약세교당을 후원하기도 했다. 충용교당에는 불단장엄을 위한 화분공양, 열쇠교당에는 대각개교절 특별 간식, 논산훈련소에도 3주년 기념 때 간식비를 지원했다. 30일에는 은혜의집에서 해 오던 서울구치소 법회를 해피체어를 초대해 교당에서 주관하여 행사 일체를 진행했다.

이뿐인가. 교도들은 화해리성적지 확보를 위해 땅을 한평씩 사기로 합의, 지난 해 백일기도를 통해 일천오백만원을 만남의 축제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대각개교절 기도비는 원불교백년기념성업회에 동참한단다.

이 교무는 교도들이 교화·교육·자선사업에 골고루 성금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물론 백년기념성업회에 기금을 내신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단 1만원 이상 기금을 교도전체가 내서 성업회에 점찍는 원년의 해로 계획했습니다."

깨달음의 기쁨을 지역과 이웃, 교단 내 기관과 교당, 동지와 함께 나누는 신림교당의 특별한 대각개교절. 그 저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교도들은 일주일 전부터 기도와 교리헌배, 또 정산종사법어와 정전통독회를 통해 기운을 모은다. 그리고 주임교무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따를 뿐이다. 그래서 교도들도 지치지 않는다. 교당의 원로 교도들은 말한다. "우리 교무님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아요. 각자 그 일만 하고 있는데 다 해 놓고 보면 정말 많은 일을 했거든요."

늘 새로운 교화방법을 창조하는 신림교당. 분기별로 만든 교화단보의 '원기백주년' 오행시가 가슴에 파고든다.

"원하옵니다/ 기도합니다/ 백주년 되기 전에/ 주인정신 발휘하여 백/년 만년 길이 길이 진급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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