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학교 동기모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옛날 친구들을 만난다는 마음에 약간 들뜬 기분으로 모임에 나갔다. 졸업 후 처음 보는 친구도 있었고, 한 때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도 있었고, 모두들 반가운 얼굴이었다. 직장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학창시절 이야기 등 마치 25년 전으로 돌아간 듯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즐거운 마음 한 구석엔 왠지 씁쓸한 마음 한 자락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묘한 이 마음.

한때 막내아들을 위해 함께 호주에서 약 2년간 생활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를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다른 한국인 유학생들과 아들의 영어실력을 비교하는 마음이었다. 둘이서 잘 지내다가도 그 마음만 들면 불편해지고 아들과 갈등이 생기곤 했다.

어느 날 시드니 교당에서 교전을 보다가 교전 사이에 끼인 종이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고민하고 공부했을 상대심, 비교심이란 두 단어가 적혀있었다. 마침 나의 불편한 마음이 무엇 때문인지 알려주는 쪽지 같았다. 그 쪽지를 고이 접어 지갑 속에 모셔두고 수시로 꺼내 보았지만 그 마음을 지우기가 현실적으로 참 쉽지 않았다. 어찌하면 이 상대심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까?

호주에서 돌아와 첫 법회를 보는 날 교감님께서 수희공덕(隨喜功德)에 대하여 설법을 해 주셨다. '아! 나를 위해서 하신 설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좋은 일을 비교하고 시기할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해 주면 그것이 곧 복을 짓는 것이라고 한다. 그 느낌이 너무 기뻐 단상에서 귀국 인사하며 지갑 속의 쪽지를 꺼내 보이며 고마움과 감사와 반가움의 인사를 했었다.

불행의 시작은 비교하는데서 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마음 한번 바꾸어서 내가 편해지고 또 복까지 짖는다는데….

이번 연휴기간 어버이날도 있고 해서 김해에 있는 처갓집에 갔었다. 조카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전 과목 1개를 틀렸다고 한다. 가까운 친척이 사둔 땅 옆으로 경전철이 내년에 완공이 되어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어김없이 상대심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젠 그런 상대심이 들 때 마다 버릇처럼 수희공덕의 네 글자를 떠 올린다. 곧 내 마음이 편해져 옴을 느낀다. 내 마음이 편해지니까 좀 더 자연스러운 미소로 칭찬과 잘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이 법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 법문을 듣지 못했다면, 친구들을 만난 즐거운 날에, 가까운 인연들의 좋은 일에, 상대심의 묘한 마음에서 헤어나지 못했으리라. 진리를 알아간다는 것은 바로 진리에 보은하는 것이고, 또한 진리의 은혜를 받는 것이리라.<화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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