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순수 미생물 발효식품

막걸리 알콜 도수 낮고 영양성분 많아
사람에게 유용한 필수 아미노산 풍부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고창 선운사 입구에 세워진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다.

세계의 모든 민족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맞추어 민족 고유의 식품 재료와 조리 가공법을 개발해 왔으며, 그 전통은 쉽사리 바뀌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식생활의 양식 속에는 조상 전래의 슬기가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민족의 정서가 어려 있다.

음식 문화 중에서도 술 문화는 국적과 민족성이 뚜렷한 기호음료이다. 각 민족의 전통술들은 나라마다 특색 있는 술 문화로 정착하여 발전되어 왔으며, 그 민족 나름대로의 멋과 맛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의 고자는 유(酉 : 닭, 서쪽, 익을)자이다. 유(酉)자는 밑이 뾰죽한 항아리(술의 침전물을 모으기 편리하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반면 '술'의 고유한 우리말은 '수블/수불'이었다. 수블<수울<수을<술로 변천한 것이다.

술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서양의 경우 이집트에서는 천지의 신 이시스의 남편인 오시리스가 곡물신에게 맥주 만드는 것을 가르쳤다고 하고, 그리스 신화는 디오니소스, 로마는 바커스를 술의 시조로 말하고 있으며 구약성서에서는 노아가 최초로 술을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반면 동양의 경우, 중국에서는 황제의 딸 의적이 처음으로 빚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술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우리 문헌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술 이야기는 〈제왕운기〉이다. 하백의 딸 유화가 해모수의 꾀에 속아 술에 만취된 후 해모수의 아이를 잉태하였는데 그가 주몽이라는 이야기이다.

부여, 진한, 마한, 고구려의 무천, 영고, 동맹 등 제천행사에서 '주야음주가무'하였다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 등이 전의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는 실로 발효의 나라라 할 만큼 훌륭한 술과 장 담그기 기술이 발달했다. 이때에 이미 술누룩 주국(酒鞫)과 곡아(穀芽)로 술을 빚는 방법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AD 430년경 북위의 산동태수 가사협이 지은 <제민요술>이라는 책은 고구려의 주조 기술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주신으로 모시는 백제사람 수수보리가 일본에 누룩과 술을 빚는 법을 전함으로써 비로소 일본에 술다운 술이 생겼다고 한다. 일본 〈고사기〉의 중권(응심천황조)을 살펴보면 베 짜는 기술자인 궁월군의 증손인 수수보리가 일본에 가서 응신천황에게 술을 빚어 바쳤더니 왕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수수보리가 빚은 술에/ 나도 취했네 /태평술 즐거운 술/ 나도야 취했네.'


양조기술자인 수수보리는 이름의 뜻이 '술 거르는 이'로 이때에 이미 백제에서는 발전된 양조법으로 술이 빚어진 것이다.

고려시대 탁주에 대한 〈동문선〉에서 김극기는 "들합에는 막걸리(탁주) 채워 있네"라 하였고, 〈발상주〉에서 이규보는 "나그네 창자를 박주(막걸리를 칭함)로 푸니"라 하였으며, 〈산촌잡영〉에서 이달회는 "질뚝배기에 들어오는 허연 막걸리"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 오늘날의 독특한 서민주이기도 한 탁주가 고려서민들이 주로 음용한 것에서부터 연유한 것으로 추측된다.

탁주를 막걸리라고 하는 것은 '막'은 조잡(粗雜)의 뜻을 가리키고 '걸리'는 거른다는 뜻으로 즉 막걸리란 조잡하게 거른 술을 말하며 탁한 술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술은 전반적으로 곡주권을 형성하여 양조법 또한 곡주양조법에 뿌리를 두고 성장 발달하여 왔다. 술의 빚어지는 방법에 의하여 양조주, 증류주, 혼성주(재제주) 등 셋으로 대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조주에 속하는 것으로는 탁주, 약주, 맥주, 청주, 과실주, 명약주가 있으며 술을 빚는 방식은 과실주와 같이 자체의 당분을 이용하여 발효과정만으로 제조되는 단발효식과 곡주와 같이 당화와 발효의 두 과정을 거치는 복발효식이 있다. 탁주, 청주, 약주 등의 곡주는 병행복발효로 제조되며 우리 민속전통주의 대부분이 누룩을 이용하는 병행복발효 방식으로 효모의 작용에 의해 발효시켜 만드는 술들이 대부분이다.

효모에 의한 알콜발효의 과정은 양조주 중 곡주의 경우 곡류에 포함되어 있는 전분질이 수분을 흡수한 후에 열에 의하여 팽윤(膨潤), 호화(糊化·고두밥, 지에밥의 상태)되면 여기에 액화, 당화효소 아밀레이즈(amylase) 및 누룩(단백질 분해효소) 등이 작용하여 전분질을 당분으로 분해한다. 이때 당분은 알콜발효를 하는 효모에 의하여 알콜과 탄산가스로 변환되며 이 과정에 술의 독특한 맛, 향미 등의 성분이 생성된다.

양조주는 발효에 의해 만들어지나 알콜이 비교적 낮아 변하기 쉬운 단점이 있으나 특유의 향미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우리의 전통 민속주 막걸리는 순수한 미생물에 의해서 자연 발효시킨 자연식품으로 술이면서도 건강식품이다. 막걸리는 알콜 도수가 낮고 영양성분이 많아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에게 유용한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 함유된 식품이다. 다른 술과는 다르게 막걸리엔 1.9%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우유의 단백질이 3%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막걸리 이외의 다른 술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보면 청주가 0.5%, 맥주 0.4% 이며 소주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막걸리에는 그밖에도 비타민B와 이노사톨, 콜린 등 B복합체를 모두 가지고 있다. 또 유기산을 0.8%가량 가지고 있는데 이 유기산은 새큼한 맛을 내는 성분으로 갈증을 멎게 하는 역할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막걸리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B복합체가 있어 피부 미용에도 좋다. 뿐만 아니라 알맞게 들어있는 알콜 성분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해서 체내에 축적된 피로물질을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피로물질이 쌓이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기미 주근깨도 생기는 것이다. 이 피로물질 제거에 한몫을 하고 있는것이 젖산, 구연산, 사과산, 주석산 등 이른바 유기산으로 알려져 있다.

국순당 배상면주류연구소 윤제원 연구원은 "옛날 동네마다 있던 막걸리를 제품화해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며 "막걸리는 곡물과 누룩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자연의 맛과 향기를 담고 있어서 세계의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증거로 "일본 도쿄 신주쿠 거리의 바(bar)나 한국음식점에는 막걸리를 파는 곳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막걸리에 다양한 과일을 섞은 칵테일 막걸리는 일본 여성들에 인기가 높다"고 이야기했다.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 등은 이미 오래 전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아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막걸리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로 해외에 진출해야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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