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관 교도·해운대교당(논설위원)
어느 날 괴로운 꿈을 꾸는 중에, 혹시 꿈이 아닐까하고 볼을 꼬집어보았는데 아프지 않았다. 그때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꿈인 줄 알고 나니 꿈속에서도 마음이 편안했다.

잠을 깨고 일어나서 '그렇지. 꿈속에서 꿈꾸고 있는 것을 자각하여 꿈이 편안해지는 원리를 현실의 경계에서도 사용하면 되겠다'는 감상을 얻었다.

어느 날 직장의 일에서 경계를 당하여 마음이 잠시 복잡해졌다. '이 마음이 아무리 복잡해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사라진다. 어차피 사라지는 것이라면 꿈이고 허상이다.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순간이 꿈과 다를 바가 없다. 꿈을 깨자'하고 마음을 챙기면서 심호흡을 하니 복잡하던 마음이 견딜만해졌다.

내 마음이 무엇 때문에 복잡한가하고 원인을 캐고 말고 할 것 없이 복잡한 마음이 통째로 꿈이고 허상임을 알아 차리니 문득 고요해진 것이다.

3조 승찬대사의 <신심명> 중에서 "꿈 속 환상의 허공 꽃을 무어라 애써 붙들려 하는가"라는 법문이 생각난다. 현실의 경계에서 마음이 요란해지고 어리석어지고 글러지는 것이 모두 꿈과 같은 환상의 꽃이라고 보면 되겠다.

경계를 당하여 요란해졌을 때, 그 일의 현실적인 인과관계가 납득이 되는 경우에는 그 요란함이 쉽게 해결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현실적인 인과관계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요란함의 원인이 무엇이고 상대의 입장이 어떨까하는 등의 생각을 동원하여서 요란함을 잠재우려고 하면 자칫 경계에 머물러서 허공꽃 놀이에 빠지기 쉬울 것 같다.
일상수행의 요법에 대조해 본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질 때, 그 요란함이 통째로 꿈이고 허상이므로 결국 사라질 마음이라는 것을 가능한 빨리 챙긴 후에, 호흡을 조절하여 화기를 아래로 내려서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빠르고 분명할 것 같다.

<정전> 좌선의 방법 중에서 "···망념이 침노하면 다만 망념인 줄만 알아두면 망념이 스스로 없어지나니 절대로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낙망하지 말라"는 법문에 대조해 보면, 망념(요란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망념(요란함)을 관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망념을 관조하여서 입정을 챙기는 방법을 좌선할 때뿐만 아니라, 현실의 거친 경계에서도 관심입정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공부를 더 잘 하여서, 미세하게 일어나는 내부 경계를 낱낱이 관심하여 낱낱이 입정을 챙기는 훈련이 잘 되면, 경계가 오는 순간을 즉시 알아차려서 요란함이 전개되기 시작할 초기에 경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대종경> 성리품12장에 "···말씀하시기를 '내가 영산에서 윤선(輪船)으로 이 곳에 올 때에 바다 물을 보니 깊고 넓은지라 그 물을 낱낱이 되어 보았으며 고기 수도 낱낱이 헤어 보았노니, 그대도 혹 그 수를 알겠는가"라는 법문이 마음에 와 닿는다.

지난 일에 대하여서 심신작용 처리건을 일기로 기재함으로써 나의 주견과 무의식의 상(相)을 밝혀내는 사리연구공부는 정할 때의 공부로서 잘 해야 하지만, 당장 경계를 당했을 때는 그 요란함이 어떠한 것이든지 일단 꾹 참자. 그리고 '이 순간의 요란함은 지나가는 마음이다. 꿈에서 깨어나자'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1초 안에 내 안의 본심부처를 챙기는 훈련을 부지런히 하여서, 점차 관조가 쉽게 되도록 하는 것이 튼튼한 작업취사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비록 관조의 힘이 약하여 잘 안될지라도 정성껏 훈련을 하여 관조의 힘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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