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의경 교도·강남교당(논설위원)
세상일에는 항상 서로 다른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동전의 양면이라는 단어가 자주 회자되곤 한다.

마술사들이 눈요기를 위해 간혹 양면을 같게 만든 동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세상의 모든 동전은 앞과 뒤가 다르다. 동전은 한 몸이지만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상징성으로 돈 이외의 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 변동이 심한 요즘, 수출을 하느냐 수입을 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많은 사업들이 있다. 꼭 국가 간의 교역이 아닌 개인들의 일상사에도 대부분 양면성은 존재한다. 우산 파는 아들과 소금 만드는 아들을 둔 부모는 비가 내려도 해가 떠도 절반은 좋았다가 절반은 근심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대표적인 경우는 싼 것이 비지떡인 경우다. 물건을 싸게 잘 샀다 싶었는데 어느새 흠이 생겨 수리해야 한다. 일전에는 선배의 고급리무진을 타고 가는 길에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리무진이라 차 길이가 길다보니 밑에서 소음이 올라와 승차감이 전혀 쾌적하지 않더라는 이야기였다. 동전의 양면이다.

동전의 다른 면, 즉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줄이고자 우리는 무수한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다양한 대응방안들이 소위 위험관리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조찬강연에, 미래학자의 세미나에, 부동산, 주식 등의 투자 설명회에 다니느라 전과 다르지 않은 시간인데도 누군가에게 뺏긴 것처럼 항상 시간 부족에 허덕인다. 그만큼 관리할 위험요소가 많아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위험관리의 기본은 안정적인 상태로의 전환이다. 산을 돈이 들어오는 수익, 계곡을 돈이 나가는 손해라 치면, 높은 산과 깊은 계곡으로 가는 길은 고수익 고위험의 스릴있는 코스이다. 좀 밋밋하지만 평탄한 형태로 산을 깎아 계곡을 채우는 것이 위험을 안정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보험이나 펀드에 가입하고 연금을 받는 개인의 노후설계도 위험을 안정적으로 분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첨단 위험관리기법으로 가득찬 지금 우리의 삶은 훨씬 쾌적해지고 좋아졌는가? 아마 어느 전문가라도 자신 있게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전에 없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탄생되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얽어매는 위험의 떠넘기기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적으로 얽히고설킨 위험관리시스템에 따라 문제가 전파되는 상황이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바로 이런 모습으로 보인다.

우산장수, 소금장수 아들 때문에 날씨 따라 희비가 엇갈리던 생활상이 아래처럼 바뀌게 되었다. 가게에서 우산도 소금도 같이 판다. 거기에 날씨 위험을 막아주는 보험도 들어야 하고 또 고혈압에 좋은 소금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들어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자꾸만 멀리하고 싶었던 동전의 이면은 전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확대재생산을 거듭하고 있다.

며칠 전 강남교당 도반들과 오덕훈련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에 계문과 솔성요론을 자세히 들여다 볼 시간이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인다. 이거야 말로 인생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최고의 위험관리 지침서가 아니던가. 또한 위기의 본질을 도덕의 위기로 말씀하신 종법사님의 법문을 사회의 위기관리시스템과 대조해본다.

위에서 말한 동전의 양면이 우리의 계문과 솔성요론에도 있을까 하는 의문은 금세 사라진다. 우리 교리의 동전은 바로 가운데가 텅 빈 일원상일 것이고 그래서 이면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늘 금반지를 하나 얻었다. 그것도 아주 간단 명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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