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남긴 게 거의 없다. 그나마 남긴 것도 오래된 물건 몇 점과 책, 그리고 거의 빈 통장뿐이었다. 기증한 각막이 새 빛으로 남았다.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정의한 스님도 있다.

최근 조계종에서는 '승려 사유 재산의 종단 귀속에 관한 령'을 만들어 23일까지 입법예고 하고 의견을 받는다고 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스님들이 개인 재산을 보유하거나 상좌에게 물려주는 경우를 엄금하고, 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이루어졌다. 사유재산을 금지하기 위하여 개인 명의의 재산을 종단에 내놓는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 2명의 증인이 날인하여 제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일부 스님 중, 소임을 맡아보며 생긴 재산을 사사로이 쓰거나 사후에 상좌에게 물려주는 풍토가 있다"며 "청정 승가를 지키고 무소유 공동체 삶을 재차 강조하고자 시행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입법예고 한 시행령은 수행자의 출가 정신을 다시 천명하는 선언적 의미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님과 사바세계에 헌신하고자 하는 성직자인 출가 수행자에게는 청빈이 덕목이다.

소태산대종사는 대종경 서품에서 "과거의 종교는 의식 생활에 사·농·공·상의 직업을 놓아 버리고 불공이나 시주나 동령으로써 생활을 하였으니 어찌 대중이 다 할 생활이며, 결혼에 있어서도 출세간 공부인에게는 절대로 금하게 되었으나 우리는 출가 공부인의 의식 생활도 각자의 처지를 따라 직업을 갖게 할 것이며, 또는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길 것"이라고 천명하셨다.

본교에서는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규제는 없다. 다만, 전무출신규정 제4조(자세)에 '전무출신은 사가에 구속받지 아니하고 그 임무에 전일 해야하고, 전무출신으로서 근무에 임하는 취지가 급료 여부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사명감으로써 이행한다'고 되어있다.

전무출신은 사가를 위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한계는 모호하다.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가 뒤따르겠지만, 교단은 전무출신이 품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가의 경제를 후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전무출신의 활동에서 생산된 재화는 교단으로 귀속시키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조계종에서 시행하고자하는 법의 정신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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