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회복을 위한 종교 해법'

좌담자 명단
△ 김상근 목사 /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대표
△ 도법스님 / 지리산길 사단법인 숲 대표
△ 박오진 교도 / 한방건강TV 회장
△ 백낙청 교수 / 서울대 명예교수


본사는 창간 40주년을 맞아 '도덕성 회복을 위한 종교 해법'에 대해 종단과 사회를 대표하는 지도자 및 지식인들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이를 위한 종교의 역할과 종교화합 방안을 모색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김상근 목사 ······ "성직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폭을 넓게 해야한다"
도법 스님    ······ "종교지도자라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떳떳해야 한다"
박오진 회장 ······ "사회적 책임과 인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노력 필요"
백낙청 교수 ······ "지도인이라면 지도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져야"


사회=현재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이면에는 도덕적 해이가 위기를 가져온 중요원인이라 본다. 종교적 해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라 보는가?

김상근=니버는 자신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개인의 도덕성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결코 도덕적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는 양보도 할 수 있고, 자기반성도 할 수 있지만, 사회는 자기반성, 양보를 할 수 없다. 사회는 비도덕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종교 등의 도움을 받는 동시에 사회적 제도 등을 담보해내야 한다.

▲ 백낙청 교수 /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단순히 금융계나 사회 일각의 도덕적 해이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더 근본적인 문제를 통찰하고 사회제도의 개혁과 개인의 도덕성 향상을 병진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탐진치의 힘으로 돌아가는 사회다. 탐심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고, 경쟁이라는 것도 정당한 분심의 작용이라기보다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주로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다른 길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치심에 사로잡혔고 사회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가르치기까지 한다.
이 시대의 성격이 탐진치의 힘으로 운전되는 사회라는 것을 깨닫고 그에 걸맞은 정신개벽을 해야 한다.

박오진=도덕적 해이는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과 제도의 정립이 이를 해결 하리라 본다. 이를 위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유기적 관계이며 생명보존적 관계임을 심어줘야 한다.
현상적인 측면에서 문명이 발달한다는 것이 점점 복잡해짐을 의미한다. 이번 금융위기도 또한 수없이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엮어져 있다.

복잡함은 비도덕성이 숨을 공간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사회가 제도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단순화, 간결함이다. 단순·간결을 통해 투명해지며 투명성을 통해 사회적 문제가 감지되고 통제될 수 있다고 본다.

▲ 도법스님 / 지리산길 사단법인 숲 대표
도법=지식인이 많을수록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보나 지식정보로 보나 점차 고도화 되는데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그 근본에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이 세계는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존재해가야 하는가'라는 세계관의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고 관계적이다. 그럼에도 나와 분리되어 있다는 인식에 의해 나만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도덕성이 근본적으로 무너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세계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현상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김상근=자본주의사회에서 결국은 어떤 세계관을 갖든 그보다 내 삶의 동기 '내가 왜 사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익동기가 바탕에 깔려 있으면 어떤 세계관을 그 위에 칠해도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우리 삶을 되돌아보면 거의 대부분은 이익동기에 의해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외적인 강제가 없이 종교적 가르침만으로 바뀔 수는 없다. 개인에게 좋은 세계관을 가지더라도 사회가 같이 가지 않는다면 무력해질 것이다.

사회=도덕적 해이와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종교적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김상근=과연 높은 도덕성을 가진 개인들의 합, 그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또, 많은 종교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개인의 선택은 결국 '무엇이 내게 이익을 주는가'로 결정이 된다.
그런데 종교들이 오히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사회정화의 역할을 해야 할 종교가 개혁되지 않고는 그러한 것을 가져갈 힘이 없다. 종교를 꾸준히 개혁하는 내부적 힘이 없고는 종교가 무력하고 쓸모가 없다.

도법=기독교는 기독교 사상으로 이루고자 하는 삶과 사회가 있고 불교도 그러하다. 그러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인가? 지금 도덕성 회복을 논하는 것은 예수님과 부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인가를 찾아봐야 하고 이를 위해 보편적 진리를 잘 파악하고, 보편적 진리에 맞게 마음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 또, 존재의 법칙을 잘 파악하고 법칙에 근거해 마음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을 해답으로 하고 그런 부분을 종교계가 해야 한다.

백낙청=역사적으로 보면 정교일치가 있고, 근대에 와서는 정교분리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불교에서는 정교동심을 이야기한다. 이는 정치와 종교가 한 몸은 아니지만 따로 놀아서도 안 됨을 의미한다. 정치가 종교의 정당한 가르침에서 벗어날 때는 그것이 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종교 쪽에서 노력을 해야 하고 역으로 종교가 정당한 정치의 원리에서 벗어날 때는 시민사회와 정부가 그것을 규제해야 한다. 정교동심이라는 원리가 제정일치, 정교분리를 거쳐서 다음 단계의 인류사회에 적용되어야할 원칙이 아닌가 생각한다.

▲ 박오진 교도 / 한방건강TV 회장
박오진=내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 물질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며 인과의 이치를 믿고 깨쳐야 한다. 정신이 주체가 되어 물질을 선용하겠다는 자각에서 출발한 '정신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또 이러한 운동을 통해 청소년기부터 바른 가치관과 인생관을 갖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여러 종교 문화들이 넘나드는 이 시대에 종교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종교의 역할을 제시한다면?

도법=첫째는 세상이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파악이 필요하다. 종교지도자는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세상이치에 맞는 눈이 있어야 한다. 시류에 따라 입장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든 일관된 방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런 정신에 근거한 언행일치로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떳떳해야 한다.

김상근=사실 종교지도자 혹은 지도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성직자는 인간세상에 대해 훨씬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정말 세상을 보는 눈, 교회와 교인들이 사는 삶의 폭을 넓은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성직자가 되려면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백낙청=원불교에는 대종사께서 내신 최초법어의 첫 조목이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으로 되어 있고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에도 "지도 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중세 기독교 세계의 대학들이 성직자 배출을 목표로 삼으면서도 폭넓은 교양인 양성을 추구해서 훗날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된 것과 같은 이치를 말씀하신 것이다. 오늘의 원불교 교육이 그 이치를 따르고 있는 것인지 문외한으로서 궁금하다.

박오진=지도자의 첫째 덕목으로 '무사사(無私邢)'를 말하고 싶다. 소박하고 진실한 종교 자신의 원형을 복원하고 그 원형에서 출발한 언행으로 감동을 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며 그런 지도자간의 교류를 통한 종교간 협력이 시도 되어져야 한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들에게 전할 희망의 메시지는?

박오진=분배의 정의를 주장하고자 한다. 자리이타의 도로 풍부한 경제활동을 전개하되 그 재물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선한 부자가 되도록 안내하여야 하며 안분하고 더불어 함께하는 분배의 철학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도법=우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희망이라는 것도 스스로 만들면 있는 것이고 만들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낸다는 신념과 태도를 갖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삶을 주체적으로 자립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사회=종교간 화합으로 갈 수 있는 묘체는 과연 무엇인가?

▲ 김상근 목사 /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대표
김상근=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희망을 만들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다. 결국은 인간이라 하는 것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살아간다. 서로 희망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 안에서 좌절한다던지 주저앉는다던지 할 때 끌어안고 함께 가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공동체이다. 어차피 각각의 공동체가 자기 안의 사람들을 끌어안고 함께 갈 때 희망을 갖기 어려운 사람들도 희망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더 큰 공동체인 국가의 가치관, 정책에도 서로 북돋우고 함께 가는 정신을 심어 함께 간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도법 =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나'이다. 그리고 내가 귀한만큼 상대방도 귀한 존재이니 세상 모두가 귀한 존재이다. 종교 갈등 또는 편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결국 따지고 보면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있지만 결국 한 몸에 있듯 기독교가 있고 불교가 따로 있고 존중되고 인정되어야겠지만 함께 가는 만큼 서로 인정받아야한다.

백낙청=아름다운 공동체가 가능한 규모를 넘어설 때 니버가 지적한 도덕수준의 저하 현상이 벌어진다. 그러나 작은 공동체들이 더 크게 모여서 교단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도 필요한데, 어떻게 폐쇄적으로 되지 않는가가 도덕적 수준 유지를 좌우할 것이다.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중 하나가 '모두가 한 일터, 한 일꾼'이다. 이것은 단순히 기성종교끼리 모여 좋게 지내자는 것이 아니고, 세속인들과도 한 일꾼으로 협동할 수 있는 일터와 일감을 찾아내려는 의지와 경륜을 갖춰야 할 것이다.

박오진=각 종단마다 성현의 본뜻을 깊이 반조 하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 성현의 본뜻은 인류 또는 중생을 구분하여 벽을 쌓는데 있을 리 없다.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인류 미래에 대한 비전을 함께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달라이라마께서 한국의 삼소회 성직자들에게 하신 "내 신앙에는 신념을, 그리고 다른 이의 신앙에는 존경을"이라는 메시지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사회 육관응 편집국장 yuk@wonnews.co.kr
사진 최용정 기자 chdl@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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