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도 줄기도 꽃도 열매도 아닌 것,
꽃씨가 꽃씨로 사는 것은 무엇보다
작고 가볍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작아서 짐승의 못된 뿔에 부딪칠 일이 없고
가벼워서 가장 멀리까지 날아갈 줄 알고
단단해서 쉽게 깨지지 않기 때문에
꽃씨는 꽃씨다

꽃씨는
꽃의 고향,
꽃이 떠나온 집,
꽃이 돌아가야 할 무덤,
꽃의 자궁,
꽃의 압축파일,
꽃의 화력발전소,
꽃의 불씨다

이쪽 마음의 꽃이
저쪽 마음의 꽃에게 가 닿을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 닿을 때까지
꽃씨는 온몸에 고인 향기
함부로 퍼뜨리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 향기를 사랑하게 만들 때까지

원불교의 꽃씨
원불교신문
40년 동안 굵어진 꽃씨의 종아리,
빛나는 꽃씨의 무릎,
튼튼해진 꽃씨의 팔뚝을 보아라

이 꽃씨 속에 사는 꽃을 보아라
이 꽃씨 속에 일렁이는
꽃그늘을 들여다 보아라
이 꽃씨 속에 둥글게 세계로 퍼져가는
발소리가 있다
이 꽃씨 속에 세계를 내 집 안마당으로
끌어들이는
따스한 손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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