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비통함이 함께했다. 너무도 믿기 어렵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 이면에는 무리한 검찰수사와 일부 언론 보도가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절명시 형태를 띤 14줄로 된 짧은 유서에 그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인권변호사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으로서 그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퇴임 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정착한 평화로움도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최근 박연차 회장의 정계로비와 관련,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딸 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곤혹을 치렀다. 그리고 그를 따랐던 많은 사람들의 구속과 조사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토록 그를 옥죄었던 검찰수사와 편파보도에 대해 대승적 자세를 보였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 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의 마음이 읽혀지는 구절이다. 승부사의 기질로 영욕의 삶을 살았지만 그는 늘 자연과 함께 하기를 원했다. 봉하마을 주민들과 함께 자연 가꾸기를 원했다. 또한 서민들의 아픔을 대변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서민적인 풋풋함은 많은 감동을 자아냈다. 봉하마을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모 행렬이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중앙총부 향적당에서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시민을 비롯 재가출가들의 조문을 맞고 있는 것도 그의 철학과 삶이 숭고하기 때문이다.
비록 '바보 노무현'이라 칭하더라도 그의 못다 이룬 꿈은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추모 행렬은 그에게서 자연의 숭고한 가치와 민주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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