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용원  교무 /
    교정원 정보전산실
5월23일 새벽, 불과 2년전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주말 아침에 발생한 이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국민들은 그 충격과 당혹스러움으로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지난 일주일을 보냈다.

서민대통령 노무현, 그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수많은 과제들은 고스란히 그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지난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있었던 서울시청 앞을 찾았다. 수십 만명이 운집한 속에서 엄숙하게 진행된 영결식과 노제는 그의 인생이 어떠한 인생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러한 장례를 받을 수 있는 인간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생각해보니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고 느겨졌다.

추모의 마음을 가득안고 익산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문득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으로 국민들이 많이 성숙했음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으나 국민들의 허탈감과 왠지 모를 원망과 분노는 민주항쟁의 달 6월을 맞아 혹 또 다른 갈등의 모습으로 치닫진 않을까. 필요한 행동이라면 필요한 과정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과 갈등이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니나 다를까. 서울광장에서 새벽까지 추모의 밤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되었고, 많은 단체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에 있음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인천에 사는 한 여대생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지없이 국민들은 우울감과 허탈감으로 지쳐있고 원망과 분노는 갈등과 대립의 행동들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러할 때 문득 원불교란 이름의 종교는 과연 무엇을 해야하나?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는 화두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아이러니하게 원불교로서는 참으로 큰 선물을 받은 셈이 되었다. 영결식장에서 종교 추모 시간을 4대종교로서 배정받아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원불교 의식을 진행했고, 이는 인터넷상으로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원불교란 세글자를 모든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바꾸어 말하면 이제 한국땅 어디에 있는 변방의 종교가 아니라 한국이란 국가에서 정신적 지도를 맡아서 정치와 더불어 수레바퀴의 한쪽 바퀴의 역할을 해야 하는 중심의 종교로서 명실공히 부여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치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우리는 종교로서 종교인으로서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연마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경산종법사는 원불교 백년성업의 하나로 '세계 주세 교단건설'을 표명하셨다. 한국의 종교도 아니고 세계 주세 교단이라는 큰 과업을 실행할 실천적 과제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지 현 시국상황에서 좀 더 반성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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