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옷 사이로 '상쾌한 바람' 느껴요

통풍 잘되고 촉감 시원, 웰빙으로 각광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워 여름옷으로 최고

 

▲ 방연옥 기능 보유자가 모시짜기를 하고 있다. 날실이 끊어지면 침으로 잇는다.

 

모시는 통풍이 잘되고 촉감이 깔깔해서 시원하다. 특히 땀을 내보내는 성질도 뛰어나 우리 조상들은 모시를 여름 옷감중에 최고로 꼽혔다. 모시옷은 빨면 빨수록 윤이 나고 깊은 맛이 더해져 대물림해서 입는 경우도 많았다. 흔히들 가늘고 고운 세모시로 지은 모시 적삼을 일러 '잠자리 날개 같다'고 했는데, 그만큼 잘 만든 모시옷은 무게가 가볍고 결이 고와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모시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한산모시는 백의와 결백의 상징으로 백옥같이 희고 우아해 하절기의 품위 있는 옷감으로 손꼽히고 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소재한 한산모시관에서 만난 방연옥(62) 기능 보유자는 여름에 모시옷을 찾는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했다.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면서 내 놓은 한마디는 섬세했다. 중요무형문화제 제14호의 이력이 묻어난다.

"모시옷을 입으면 바람이 잘 통해서 시원하지, 우아하지, 여름옷으로는 최고의 비단이죠" 그 만큼 모시는 바람이 솔솔 통해서 찐득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시는 쐐기풀과에 속하는 모시풀의 인피 섬유로 제작한 직물이다. 저마(苧麻)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인도, 중국에서 고대로부터 재배 사용됐다. 오늘날에는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여러 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모시는 1년에 세번 베는데 6월 하순에 첫 수확하는 것을 초수, 8월 중순에 수확하는 것을 이수, 10월 하순에 수확하는 것을 삼수라고 한다. 이 가운데 길쌈용으로는 이수를 으뜸으로 친다.

모시의 품질은 '새'로 결정이 된다. '새'란 옷감의 날을 세는 단위로, 80올을 1새라고 한다. 곧 올이 가늘어 주어진 폭 안에 많은 수의 날이 들어가면 가늘고 고운 모시천이 되는 것이다. 모시는 보통 7새에서 15새까지 있는데, 10새 이상을 세모시라고 부른다.

▲ 입으로 모시째기를 하고 있다. 째기에서 상저, 중저, 막저로 구분되는 모시품질이 결정된다.

한산모시관에서는 모든게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세모시의 직조과정을 시연하고 있었다. 공정은 모시밭,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꾸리감기, 모시짜기 등으로 이루어진다.

'태모시 만들기'는 수확한 모시의 껍질을 벗겨 모시 칼로 가장 바깥 층을 벗겨 내고 속껍질로 섬유인 태모시를 만든다.

'모시째기'는 태모시를 쪼개서 모시 섬유의 굵기를 일정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상저·중저·막저로 구분되는 모시의 품질이 나온다. 태모시의 질과 모시째기의 숙련 정도에 따라 모시의 품질이 좌우된다. 모시 만들기는 손과 입과 침으로 완성된다고 할 만큼 세심한 작업이 요구된다.

'모시삼기'는 모시째기에서 만들어진 약 2m의 저마 섬유를 한 뭉치 '쩐지'라는 버팀목에 걸어 놓고 한 올씩 빼어 양쪽 끝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시켜 광주리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 과정이다.

'모시날기'는 10개의 모시 굿에서 '젖을 대'의 구멍으로 실 끝을 통과시켜 한 묶음으로 하여 날틀에 걸어 한 필의 길이에 맞추어서 날실의 길이로 날고, 새수에 맞추어 날실의 올 수를 맞춘다. 이와 같이 모시날기가 끝난 날실 다발은 고리모양으로 연철하여 날틀에서 빼어서 뭉치로 만든다. 1새는 80올이다.

'모시매기'는 모시날기가 끝난 날실을 새수에 맞는 바디에 끼워 한쪽 끝은 도투마리에 매고 또 한쪽 끝은 '끌개'에 말아 적당한 길이를 고정시킨 다음 날실을 팽팽하게 한 뒤 콩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만든 풋닛 가루를 벳솔에 뭍혀 날실에 골고루 먹이고 이음새를 매끄럽게 꺼적이 일어나지 않도록 왕겻불로 천천히 말려 도투마리에 감아 모시짜기에 알맞게 완성하는 과정이다.

'꾸리감기'는 모시를 나는 작업과 매는 작업은 모시 직조 과정에서 날줄을 매는 작업이지만 꾸리는 모시 굿을 씨줄로 사용하는데 알맞게 모양을 만드는 작업으로 이 과정을 꾸리감기라 한다. 모시 굿 10개가 한 필의 원사량이 된다.

'모시짜기'는 모시는 베틀이라고 일컫는 방직기로 짠다. 날실이 감긴 도투마리를 베틀의 누운 다리 위에 올리고 바디에 끼운 날실을 빼어 2개의 잉아에 번갈아 끼우고 다시 바디에 끼워 매듭대에 매고 말코에 감아 날실을 긴장시켜 놓고 베틀의 쇠꼬리채를 발로 잡아 당겨서 날실을 벌려 손으로 준비된 씨실 꾸리가 담긴 북을 좌우로 엮어 짜서 한필의 모시를 생산한다.
▲ 모시옷 완성품.

모시를 짤 때는 공기가 건조하면 날실이 벌려진채 끊어지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방연옥 기능 보유자는 "모시는 얼마나 변덕쟁이인줄 몰라요"라며 "추져도 못짜고 건조해도 못짜요"라고 직조기술의 까다로움을 표현했다. 축축해서 추지면 이은 마디인 꺼덕이 일어나고 건조하면 모시 날줄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습도를 맞추기 위해 땅을 파고 지하에서 모시를 짰다. 지금은 가습기가 있어서 습도 조절을 하기에 그나마 편리하다고 한다. 모시는 그만큼 습도와 온도에 예민하기에 잔손길이 많이 간다.

이처럼 모시의 제조과정이 정밀한 만큼 모시옷은 무더운 여름, 에어컨보다도 시원하고 상쾌한 자연바람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모시옷을 입어본 사람은 다른 옷을 입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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