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아닌 '가치'로 더욱 빛나길

본사 창간20주년 주간발행기념 '부채' 기증

'옥립국국 죽수간(玉立菊菊竹數竿)-이슬이 국화에 맺고 대나무 수개(여럿) 줄기, 풍지노엽 대청한(風枝露葉帶淸寒)-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와 이슬 맺힌 잎에 맑고 시원함이 자리 하네.'

본사 창간20주년 기념품으로 제작한 부채에 쓰인 내용이다.

원기74년 당시 본사는 효강 박득봉 선생(1920∼1995, 박혜명 교무 오빠)에 의뢰하여 대나무 그림과 글씨를 일일이 새긴 부채 500여점을 제작 배포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작품 가운데 한 점이 창간40주년 행사를 마치고 얼마 안 되어 본사에 기증되었다.

원광대학교 박물관에 근무하는 최영진 학예연구팀장이 서울 장안평 고미술품 가게에서 우연히 이 부채를 발견하여 구입해 온 것이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하얀 한지를 벗겨내자 부채에는 2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빛바랜 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당시 그렸던 대나무 그림과 글씨는 선명하게 남았다.

"필통에 꽂혀 있는 낡은 부채가 눈에 띈 것은 정말 우연이었어요. 낡고 누렇게 바랜 부채의 대나무 그림이 예사롭지 않아 한참 그림을 감상하다가 글씨를 읽었는데 '원불교신문 창간20주년 주간 발행기념'이라고 써있는 거예요."

물론 신문사에도 보관되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최 팀장은 본능적으로 두 마음 없이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평소 우리 유물에 대한 남다른 안목과 철학을 갖고 있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기증을 통해 자신의 소유를 전체를 위해 희생했다.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유물은 제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비록 낡고 누렇게 빛바랜 부채 한 점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신문사만의 얼과 의미는 남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만 그 가치가 빛이 나는 법이지요."
그리고 그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사료적 가치에 대해 말을 이었다.

"어느 모 병원의 경우는 초창기 수술기구와 왕진가는 의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점이 지방문화재로 등재된 사례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간디가 사용한 안경 값이 감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지요. 이런 예는 수도 없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는 한 점의 부채를 통해서 우리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해 내는 신성한 깨달음의 시간을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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