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0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정부

▲ 용산참사 200일을 맞아 추모제를 올리기 위해 남일당 건물 앞에 모여든 종교인들.
용산참사 200일을 맞아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한편 정부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또 다시 촉구했다.

7일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는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11개 종교단체와 용산범대위가 함께 마련한 추모제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원불교는 성주와 일원상서원문 독경 등으로 아직도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을 희생자들의 완전한 해탈천도를 기원했으며, 불교는 위령제를, 기독교와 천주교는 추도사와 추모미사를 각각 진행했다.

천도재의 주례를 맡은 조경철 서울교구 사무국장은 축원문에서 "200일이 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현실에 모두가 터질듯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며 "원만한 해결을 통해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돼고, 상호존중의 세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유족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피곤해 보였다.

참사 이후 정부의 사과와 대책마련을 요구해 오던 종교계와 시민단체 시민들도 지쳐가기는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쌍용자동차 파업사태 등과 관련한 집회가 끊임없이 이어져 온데다 30℃를 넘나드는 폭염이 겹치면서 이날 참석자는 석달 전 100일 추모제에 비해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언론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대답없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원불교인권위원회 심효선 간사는 "이미 토지수용으로 '사인간 문제'에 개입한 정부가 참사 이후 사인간 문제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시간끌기로 모든 것이 잊혀지기를 바라는 꼼수를 쓰기보다는 사과할 게 있다면 사과하고, 보상할 게 있다면 보상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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