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의 가톨릭 교회는 새로운 문제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교육을 많이 받은 평신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가톨릭 교구와 산하 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위협으로 생각했다. 중세시대와는 달리 교육을 많이 받은 평신도들이 주교와 신부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평신도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한 조직 체제도 아직 갖춰져 있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모든 가톨릭 교구는 1965∼1970년 경 신학교에 입학하려는 젊은이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 또한 그들에게는 중요한 위협이 되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대교구만이 이 두 가지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았다. 이 대교구는 교구 운영을 위해 한 때 백화점 인사담당 부사장을 지낸 여신도를 관리책임자로 기용했다. 그리고 집전을 빼고는 비성직자와 관리자들이 모든 것을 처리하도록 했다. 덕분에 미국 가톨릭 교회의 대부분이 신학교 입학생이 줄어 사제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이 교구만은 사제가 넘쳐 났다. 게다가 신자도 늘고 선교 활동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다른 문제가 생겼다. 미국 전역의 젊은 신부들이 이 대교구로 오고 싶어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젊은 신부들은 이 대교구에서 만큼은 자신이 배운 것과 신부가 되어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의 눈에 비친 종교의 모습이다.

50년 전에 먼 나라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너무도 흡사하다. 이제 전무출신 지원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고학력 교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며, 출가위주의 권위주의적인 교단 운영을 우려하는 재가교도의 지적이 힘을 얻고있기 때문이다. 교무가 자신이 배운 것과 교무가 되어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일터를 활짝 열어줄 수 있는 혁신을 감행하지 못한다면 앞날은 어둡다.

전무출신 제도와 출가 인사제도의 혁신과 함께 교단 운영 체제의 혁신으로 사회를 앞서 나가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많이 하면서도 그 위기가 도래한 줄도 모른다거나 혁신을 위한 발걸음을 늦춘다면 결국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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