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리산 불교연대에서 '움직이는 선원'을 표방했다. 기존의 안정적이고 고정된 도량에서 벗어나 중생들의 온갖 갈등과 대립이 소용돌이 치는 문제의 현장을 선원이라 밝혔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야단법석을 펼치는 한편 지리산 도보순례 안거를 통해 움직이는 선원의 상설화에 이어 대중화를 한다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러한 불교의 움직임은 교단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지리산 불교연대에서는 8월14∼18일 남원 실상사에서 열린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에서 수행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21세기의 한국사회와 불교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교단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취지문에서는 한국 불교와 출가 수행자의 모습이 남루하기 그지없다는 점과 정법과 수행자의 진면목이 변질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교단의 모습과도 매우 근접한 내용들이 아닌가. 행정으로 연마된 수행자들이 많은 현실에서는 구체적 몸짓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교구와 지구에서 일고 있는 법인기도는 고무적이기는 하나 구인선진들의 사무여한의 정신을 체받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야 사견과 사도를 깨고 정법을 되찾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제대로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체되고 고착된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정체의 틀을 극복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교단도 이론과 실천, 수행과 생활이 통일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정되고 고정된 교당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교당을 지향할 때에 이르렀다.

다행스럽게도 영산성지에서 화해제우성적지 까지 교도들 중심으로 진행된 성지도보순례가 한 방향을 제시했다. 성지도보순례가 정례화 되고 있는 것은 움직이는 교당의 한 형태이다. 신앙심을 심어주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면 움직이는 교당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관념의 벽, 도식화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허울뿐인 4대종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다. 재가든 출가든 창생을 제도할 책임을 누구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자기의 본분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