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중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하신 일생과 열반을 가슴깊이 애도하며 감사와 아울러 완전한 해탈천도와 대열반을 기원합니다. 중산 김대중 선생님, 이제 안심하시고 편히 쉬십시오. 아니 기뻐하십시오. 선생님이 그렇게 염원하고 바라며 일생을 갖은 시련과 탄압과 죽음의 고비를 수차 넘기면서 굽히지 않고 걸어 오셨던 민주와 평등사회, 남북화해와 통일의 이정표가 이제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이 나라 이 민족의 대도요 가치임이 확인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걸어온 길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이제야 온 국민이 알고 세계인이 알게 되었습니다.

중산 선생님! 선생님은 이제 죽음을 통하여 참 열반을 얻고 온 국민과 민초들의 가슴속에서 영생을 누리고 부활하실 것입니다.

성직자로서 후광선생님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질 기회가 없어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지내던 중, 소태산 대종사 탄생백주년기념성업의 일환으로 호암아트홀에서 창무극 '개벽의 북소리' 공연에 오시어 끝까지 관람하면서 많은 공감과 감동을 표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의 인간적 모습에 깊은 인상과 감명을 느꼈습니다.

그후 1987년 대선에 출마하여 대산종법사님을 뵙고 중산(中山)이란 법호와 함께 "중산은 여유 있게 준비하여 평화통일에 대비하는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받드셨죠. 저는 그때 중산님은 좀더 여유를 갖고 더 큰 일을 하라는 말씀으로 생각하였는데 실지 그렇게 되신 것 같습니다.

1992년 대선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가기 직전, 저는 서울에 있는 교단대표 몇 분과 동교동 자택을 방문하였지요. 선생님의 떠나는 심정을 위안코자 하였는데 선생님은 의외로 대범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진정으로 "선생님은 우리나라와 특히 후진성을 면치 못한 아시아지역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앞장서 주시고 앞으로 노벨평화상이나 받으시면 영광이겠습니다"하니 "이제 나는 그런 마음도 다 놓았습니다"하셨지요. 그러나 한참 후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하겠습니다"하시어 선생님은 국민을 하늘같이 모시는 분임을 더욱 느꼈습니다.

1994년 영국에서 귀국한 후 우리 원광대학교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을 학교와 교단의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4년 11월 30일 아태평화재단 주최 아태 민주 지도자 회의와 창립총회에 참석한 저는 선생님은 역시 아태 민주 지도자를 넘어 세계적 인권 민주 지도자요 정치인 만이 아니라 정치 철학 종교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통달하신 학자, 교육가로 생각하였습니다.

1997년 대선에 준비된 대통령으로 무난히 승리하신 것은 초유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우리 헌정사에 빛나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중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결하면서 그 분의 위대한 업적에 앞서 위대한 사상과 신념, 그리고 투철한 역사의식과 통찰력, 민족적 자긍심과 국민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있었기에 백절불굴의 의지와 훌륭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한국의 근대사에서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과 해방 그리고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제단에 헌신하신 인물이 많지만, 밤낮으로 애국 애민에 몸 바치신 도산 안창호 선생과, 하나의 민족과 열린 문화선진국을 주장하신 백범 김구선생, 그리고 민주와 평등 남북평화통일과 문화강국을 표방하신 후광 김대중 선생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세분은 시대적 환경에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한결같이 우리의 뿌리와 민중을 신뢰하고 존중하였고 열린 사상과 정신문화적 가치를 중시한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고도화와 지식정보 산업의 발달로 모든 것이 하나로 소통하고 열리고 융합하여 하나로 돌아가는 세계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우리의 문화전통이나 지정학적 상황으로 우리가 세계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길은 오직 21세기 한국과 세계의 새로운 정신문화 창조와 도덕 부활로, 이 나라가 정신문화 강국이 되는 길이요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와 세계시민의 자격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길이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이 길이 새 세상의 주세성자가 이땅에 오시어 일원대도의 원만평등한 법을 내주신 의미와 가치를 받드는 길이요,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모든 영령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 됩니다.

중산 김대중 선생 영령이시여! 이제 선생의 색신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 갔는데 선생의 영혼은 어디로 갈 것 인가요. 그간 선생이 나와 내것으로 여겼던 생각 사상 의식도 인연따라 기멸하는 가아(假我)요 영원불멸의 참나가 아님을 깨쳐야 합니다. 영원한 하늘. 영원한 땅. 영원한 생명이여! 온 세상이 사라져도 홀로 항상 드러나 있도다. 가고 오는 이치 깨치면 영원한 꽃이 피리니. 걸음걸음이 성현의 법이요 말씀이로다. 할(喝)!

김인철 원로교무 / 중앙남자원로수도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