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 생활은  하나의 수행입니다"

함실 아궁은 열 효율 면에서 뛰어나

수화풍 삼륜 이치 들어 있어

▲ 김연대 씨가 함실 아궁 흙을 정리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전남 장흥에 있는 구화산방. 넓은 창밖으로 천관산을 바라보며 차 한잔을 마셨다. 부산에서 귀농한 부부의 다정함에 피로가 녹는 듯하다. 이곳에서 이들 부부의 부탁으로 조그만 흙집을 짓고 있는 무색 김연대(40)씨를 만났다. 작은 키에 눈매가 빛났다. 그는 자신을 '뽈뽈이'라 소개했다. 구들 놓는 일 뿐만 아니라 천연염색 등 여러 곳을 참견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리라. 잠시 휴식 시간에 들은 그의 인생 역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 명퇴후 식당을 경영하다 장성에서 천연염색을 했지요, 그러다 실상사 우리 옷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일도 도법스님의 전국도보순례로 인해 그만둔 후 장흥에 정착하여 목수일을 했습니다. 주변에 한옥 목수들이 많았던 관계로 현장에서 일을 배웠어요. 구들도 같이 놓았죠. 어느날 구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강원도 양양 구들연구소에서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어요."

요즘 그는 구들을 놓아달라는 요청을 제법 받는 편이다. 한옥과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구들을 원해 시공을 해 주고 있다. 목수할 때 구들을 놓은 것 까지 9년째다. 그래도 그는 보급차원에서 구들을 놓는다는 겸손함을 보였다. 아직까지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의미다. 다시 현장으로 내려가 그의 정성스러움을 보았다.

솥이 없는 함실 아궁에서 흙을 모아 밖으로 내 보내는 그의 삽질에는 질서가 있었다. 그는 땀으로 인해 옷이 흠뻑 젖은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이다. 일을 하는 사이 사이 구들을 놓기 위한 준비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흙집이 지어지면 주인이 원하는 곳에 아궁 자리를 정합니다. 불 때기 편하고 바람을 덜 타는 곳이 좋아요. 아궁 자리가 잡히면 정반대 방향에 굴뚝을 정하죠. 여기 벽면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판 것이 개자리입니다. 이것은 불의 흐름과 연기의 흐름에 완급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이어 축열식 구들에 대해 설명했다. 함실 아궁은 방 속에 아궁연소부가 있기에 아궁에서 불을 지펴보면 바로 위로 상승하다가 방 중간쯤에서는 열기가 구들장 바로 밑에 붙어서 수평으로 흘러 굴뚝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 흙집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

그는 요즘 그을음이 잘 붙지 않게 하기 위해 축열용 구들장 세로쌓기를 한 다음 배 모양으로 구들을 시공하고 있다.
"우리 전래 구들도 '부뚜막 아궁'보다 '함실아궁'이 열 효율면에서 훨씬 좋습니다. 불길이 구들방과 멀면 멀수록 열효율은 떨어지죠."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자연이 순환되는 이치를 보는 느낌이다. 방을 고루 따뜻하게 하는 재료는 나무와 흙, 구들이지만 수·화·풍 삼륜의 이치가 숨어 있다.

"구들장은 자연적인 불이 펴지게 해야 합니다. 뜨거운 열기일수록 가볍고 위로 뜨는데 이러한 불의 성질을 이용해서 불이 방 측면으로 고루 펴지도록 구들장을 솥 밑부분과 같이 유선형으로 놓아야 한다는 것이죠. 가운데 축열층 위에다 사춤막이 돌들을 놓아 열기를 전달하게 합니다. 그런 후 미장을 3㎝ 정도로 얇게 하죠."

그는 열기나 연기가 방으로 새지 않는 방법에 대해 시범을 보였다. 방 벽체에 구들장을 붙여 놓지 않는 것이다. 그곳에도 약 3cm의 간격을 두고 그 사이에 마른 흙을 잘 다져 넣는 것은 필수. 만약 이를 어기고 구들장을 벽체에 붙인다면 추운겨울에 불을 지필 때마다 연기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웃음띤 자유스런 어조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는 특히 구들을 놓는 작업을 통해 저절로 수련이 됨을 강조했다. 그는 삽질과 괭이질을 하면서 순간 들어오는 생각들이 편안함으로 이어지는 재미를 느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일과 자신이 하나임을 체득한다. 그는 내적인 영성적인 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의 이런 바람은 흙집 주인들도 마찬가지다.

"구들 생활을 하는 것이 하나의 수행입니다. 방을 따뜻하게 하려면 자연히 몸을 움직일 수 밖에 없어요. 손수 불을 때고 재를 끌어내면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고 아궁이 옆에서 불을 쬐면서 걱정과 근심을 벗어나게 되지요."
그의 작은 외침이 큰 힘으로 다가온다.

천관산의 높은 정상이 저만치서 보인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배운 것을 아낌없이 베풀려는 마음 때문이리라.
▲ 전남 장흥군 관산읍 성산리에 위치한 흙집, 이곳에서 천관산과 성산 저수지가 바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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