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정 교무·네팔 포카라교당(논설위원)
우주의 시기를 읽는 사람들의 관점을 들어보면, 2012년을 기점으로 세상의 기운이 크게 바뀌게 된다고 한다. 그런 안목을 갖지 못한 어두운 사람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어 답답하지만, 2012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때가 교단 제3대 3회가 시작되는 시점과 일치되어 좀 흥미롭게 느껴진다.

회상의 제3대 3회가 시작되는 때가 우주적 변화의 시점이라고 하니, 이 회상을 열어 제도의 문호를 여신 대종사님과 그 뜻을 이어서 밝혀주신 스승님들의 자비의 폭이 얼마나 깊고 큰가를 감히 헤아려 본다. 따라서 교단이 백주년 성업을 과제로 숙고하는 이 시점에서 대종사 이하 스승님들의 성지(聖志)를 깊이 헤아려서 받들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각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대산종사께서 원기75년 교단 백주년을 준비하라고 내려주신 대적공실 법문과 기원문 결어의 법문이 얼마나 간절한 부촉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기원문 결어 ①은 일상원 중도원 시방원(一相圓 中道圓 十方圓)이다. 일원의 교법으로 수행 정진하여 일상원에 합일하고, 중도원을 이루어 일원교화로 시방원을 이룩하자는 내용으로 설명한다. 정산종사 법어 유촉편에서 '일원주의는 세계주의'라는 말씀을 해 주신다. 삼동윤리 또한 천하의 윤리요 만고의 윤리라 하셨다. 이 법문에 내포된 넓고 큰 경륜은 우리가 실천해야할 현실의 장과 사유의 폭이 넓고 커야 하며, 깊어야 한다고 이해된다. 그래서 기원문 결어 ②에서 세계부활 도덕부활 회상부활 성인부활 마음부활을 목표로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훈련, 교도훈련, 국민훈련, 인류훈련을 하자고 하셨다. 기원문 결어 ③의 대서원 대정진 대불과 대불공 대자유 대합력은 그렇게 실천해 나가기 위한 각자의 자세가 아닐까. 정전 교리도에서 삼학을 수행해나가기 위한 '팔조' 중에서 진행사조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또한 같은 결어 ③에서 제시하는 대참회 대해원 대사면 대정진 대보은 대진급은 팔조에서 사연사조가 서원과 수행의 맥락에서 재 집약된 뜻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교단 백주년을 기해서 이루어지는 성업이 일원회상의 법등을 크고 밝게 밝혀서 법맥이 바르고 튼실하게 이어져 성자들의 원력에 합일해가는 커다란 동력으로 자리 매김 되기를 염원한다. 교단의 교화 교육 자선으로 자리 매김 되는 모든 교화 사업들이 지역과 문화와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인 뿐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령들을 품을 수 있는 성자들의 원력에 합일되는 사업장들이 되어야 하리라.

흔히 '이 교단이 어떤 교단인가?' 라는 말로 긍지를 표한다. 참으로 그렇다.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과 함께 법인성사로 인증을 받아 재가 출가 법연들의 서원과 원력으로 이루어진 교단이다.

대산종사께서는 '대종사께서는 원불교를 세우신 바가 없다'고 하셨다. 그렇다. 세존이 '내가 녹야원으로부터 발제하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노라' 하셨듯이 말이다. 그렇다. 그렇게 다 던지고 다시 일어서는 출가 재가들이 나올 때, 일원의 법등과 법맥이 이어질 길이 생기지 않을까. 간혹 교단의 세속화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세속화는 어쩌면 주어진 순서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 세속화를 역으로 거스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면, 새로운 역사가 다시 써질 수 있을 것이다.

대종사께서 원불교를 세우신 바가 없다고 하신 뜻은 어쩌면 이 세속화를 거스른 한 사람으로서의 대종사를 말씀 하신 부분이기도 할 것 같다.

이 거스름의 역사를 따르는 후인들이 한 사람씩 더 나오면, 원불교를 세운바가 없는 대종사의 역사, 한 법문도 설한 바가 없는 세존의 역사가 다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성업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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