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26년전 이 날은 대종사大宗師께서 열반에 드신 날. 그 때 병실을 지키셨던 중산 정광훈丁光薰 선생을 찾아 몇 말씀 듣기로 한다.

원기28년 5월16일 생사진리生死眞理의 법문을 설하시고 평사시와 마찬가지로 상추쌈으로 점심을 드신 뒤, 급작스럽게 병석에 누우신 대종사님. 시봉에 줄곧 15일간을 곁을 떠나지 않으셨던 중산 선생은 그때 정작 열반하실 줄 알았더라면 그 문고리를 놓아주었을 것을… 하며 말끝을 흐리신다.

사연인즉 이리병원에 입원하신 뒤 의사의 말이 안정이 절대 필요하니 면회를 금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명의 문병객이 밀어닥치고 있어 면회제한을 하였어도 이 체면 저 체면을 차리다 보니 역시 번잡하였음을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 중산 선생은 이때부터 문고리를 움켜잡기 시작했다. 면회사절이 대종사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데, 대종사께서 퇴원하신 뒤에 뵈오면 될 아니냐?  는 심정으로 어느 누구도 못  어 가게 철저히 막아내었으니 그때의 미움이 밀어닥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더욱이 대종사께서 열반에 드시고 보니 원성이 보통이 아니었다하면서 차라리 열반에 드실줄 알았더라면 문을 활짝 열어 놓았을 것이었는데…하신다.

당시 불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하신 조송광  생이 원평에서 오셨다가 못 뵈옵고 말았다니 얼마나 철저하시었나 짐작이 간다.

잠시 눈을 한참 감으셨던 중산 선생은 고개를 갸우둥하면서 말을 잇는다. 그런데 대종사께선 2?3년 전부터 가실 준비를 하고 계시지 않았나 하는 요망스러운 생각이 이따끔 드는 때가 스스로는 있었다고 한다. 그래 무슨 암시라도 있었느냐고 다구쳐 물었더니 절대로 열반에 대한 암시나 예시 같은 것은 없었다고 잡아떼면서도 “자네에게 말하지” 하며 말을 이어간다.

대종사께서 열반 2년전에 게송을 발표하시었는데 그때 주산 선생에게 칠판에 게송을 쓰게 한 후 옛 사람들은 죽을 무렵에 게송들을 발표하였는데 나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실 때 어쩐지 그러한 요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며 또 그 해에 솔성요론 ①조인 「四생중 사람이 된 이상에는-」을 당시 ③조였던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을 것이요」와 순서를 바꾸어 놓을 때(현재대로) 그랬다는 것이다.

그때 대종사께서 대중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었는데 대중들은 주객主客이 바뀌는 것 같다고들 하였는데도 「너희들이 나만큼 모르는구나」하시면서 기어히 바꾸셨다는 것이다.  

또 불교경전을 당시의 교단적인 여러 여건에 맞지 않으리만큼(?) 급하게 서둘르신 점. 제자들 하나 하나에 더욱 두터우신 정을 나누어 주신점등을 미루어 볼 때 분명히 대종사께선 가실 준비를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대종사님 열반에 대하여 불교학자인 김태흡 씨가 당시의 불교신문인 「불교시보」에 대종사 빈소에서 (지금 종법실) 빛이 환히 하늘에 치솟아 근처가 밝았음을 직접 보시고 발표한 글이 있는데 그러한 일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때 조문객이었던 김태흡 씨는 그런 것을 본 모양인데 우리는 그때 그런 것을 볼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잘라 말씀하시면서 그러나 이런 일은 있었다고 말을 잇는다.

입관직전 성체聖體의 신색身色이 생존시와 다름이 없이 화기충만 하시고 자비의 미소를 지니시고 계셨던지 지금도 그 성안을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신다며 감탄 감탄하신다. 그때 대종사께서 다시 소생하신다고 구내가 뒤집혀 소란이 나기도 하였다며 아마 그때의 대종사님 성체를 보았던 어느 분이(정○○씨) 너무도 신색이 생존시와도 다름이 없음을 보시고 밖에 나와 그렇게 말한 것 같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무서우리만치 엄숙해 지신 중산 선생은 목을 추기시고 다시 말을 잇는다.

대종사께선 기적 없는 열반을 하시었다. 사리舍利도 남기지 않으셨다. 유언도 없으셨다. 이것이 대성인의 열반이며 기적중의 기적임에 틀림이 없다고… 마치 서민중의 서민이 성인중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처럼….

여기까지 이야기는 장장 3시간, 당신의 주치의, 임종을 지켰던 사람들, 일본관헌의 감시등 이야기는 끝이 없다.

대종사로부터 제일 미움을 받았고 또 제일 사랑도 받았었다고 스스로 말씀하시는 중산 선생의 생생한 말씀을 여기에서 끝맺기가 기자는 너무도 서운하다. (K)

<말씀하시는 정광훈 선생>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