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통해 영혼이 맑아지기를 염원합니다"

구절초 차로 가을 향기 전해
일정한 온도로 저온숙성 시켜야 제 맛

▲ 이우원(사진 왼쪽)·변주원 부부

가을 구절초 향내가 진하게 자리한 곳. 부안군 변산면 도청마을.
16,500㎡의 넓은 밭에는 구절초 수확이 한창이다.

겨울, 봄, 여름과 함께한 구절초들이 천지조화의 신비로움 속에 한껏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곳에서 '일상의 모든 일이 도 아님이 없다'는 심경으로 사는 부부가 있다. 묵방산 산지기로 유명한 일포 이우원(60)선도사와 정심 변주원(51)씨.

이들 부부는 묵방산 태인 허씨 문중 재실 뒤편 묘지에서 찾아낸 토종 구절초로 차를 만들어 판매하다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이곳에 정착했다. 이 선생으로부터 구절초와 함께한 그동안의 과정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한울님께 심고 드리면서 구절초가 잘 자라는 땅을 염원했습니다. 구절초는 토양이 척박하고 물빠짐이 좋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절초는 영양이 좋으면 꽃은 크나 맛이 없습니다. 다행히 친형의 도움으로 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주위가 변산 국립공원으로 싸여 있고 밭 앞쪽에 산이 있어 해풍을 간접적으로 맞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었어요. 건물과 기계는 부안군에서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했습니다."

묵방산에서 옮겨 심은 구절초는 이곳에서 잘 자랐다. 이 선생은 구절초에 희망을 걸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오후 작업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한 송이 한 송이 수확한 꽃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꽃송이를 살피는 그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그게 그것일 것만 같은 구절초지만 돌연변이는 맛이 다르단다. 코스모스, 쑥부쟁이, 황국 등 가을에 피는 꽃과 교배가 되어 피는 돌연변이를 바로 골라낸다.

"구절초 화분 가운데 점 찍힌 것은 돌연변이입니다. 이것은 차맛이 써요. 단맛이 없습니다. 이것은 건조장에 말리면 검게 변해요. 제 본모습이 드러나죠. 그리고 오전에는 이슬 맺힌 꽃송이를 따면 색깔이 변질돼요. 오후에 수분이 다 말랐을 때 꽃을 따요."

이렇게 고른 꽃송이들은 바로 건조실에 넣는다. 수분만 빼고 99% 건조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말리는 과정에서 색깔이 선명하지 않은 꽃을 골라낸다.

그런 후 말끔한 것만 병에 담고, 라벨을 붙인다.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이다. 이를 통해 영혼이 맑아지는 묵방산 들국화가 탄생된다. 완제품은 저온저장고에 보관된다.

" 머리와 눈을 맑게 할 뿐 아니라 피부를 부드럽고 젊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구절초 제품 1병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양을 따야 합니다. 잡초도 1년에 네 번 뽑아주어야 해요. 이렇게 친화경적으로 재배하고 수작업으로 생산됩니다. 여기에 덧붙여 모종을 심을 때, 풀 뽑을 때, 수확할 때, 건조할 때 차 마시는 분들을 위해 시천주 주문을 합니다. 맑은 영혼을 가질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차 보다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차를 드시게 되면 영혼이 맑아진다고 생각합니다."

▲ 동네 아낙들이 구절초 꽃을 채취하고 있다.

자리를 옮겨 생활관 거실 찻상 위에서 구절초 차 한잔을 마신다. 유리 다관에 몇 송이를 넣자 꽃 색깔이 완연하다.

이 선생은 꽃 한송이 건네주며 부벼서 향내 맡기를 권했다. 1년전에 만든 것이지만 은은한 가을향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런 후 그가 건네준 차 한잔을 마시니 뒷 맛이 일품이다. 단맛이 난다. 몸도 따뜻해진다. 그의 부인인 정심당도 한마디 건넨다.

"차는 일정한 온도로 저온 숙성을 시켜야 맛이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바로 생산된 구절초 차는 깊은 맛이 덜해요. 구절초 차를 보면서 해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숙성이 되어야 해요."

합천 출생인 정심당이 이처럼 숙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의 오랜 신앙생활과 연결된다. 이 선생과 함께 주문을 통한 강령체험을 비롯 신앙의 깊이를 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절초에 천명을 받았다고 했을 정도다.

"구절초는 잡초에게는 약하지만 생명력과 번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 송이 구절초 꽃을 피우기 위해 천지조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숙성이 필요해요. 숙성된 구절초 차를 통해 영혼이 맑아진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 후 그는 한용운 선사의 '님의 침묵'과 김춘수 시인의 '꽃',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예찬했다. 구절초 차를 마시면서 시인들의 시가 스쳐 지나갈 정도라니. 이 선생도 묵묵히 아내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내를 통해 구절초의 진미를 알 수 있었으리라.

"묵방산 구절초가 너무 고맙다"고 합창하듯이 말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신선차로 불리는 구절초차의 향기로움을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이들 부부에게 가을 향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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