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삶의 속도 조절 필요

어느새 가을이라는 갈색 사계절의 문턱을 넘어선지 오래다.
단풍나무 사잇길에 앉아서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사색을 하고 미래의 비전을 그려보는 시간이 왔다.

이처럼 덧없이 흐르는 세월속에서 푸르렀던 나무들이 홍엽의 새옷으로 단장하는 모습이 자연그대로다.
거기에는 슬기와 지혜가 넘쳐난다. 자연이 바로 스승이요, 진리며, 생활자체다.

우울증의 증세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세상은 요란함의 극치요, 그름과 무지 가 안개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다.
우울증은 가을이란 계절에 특히 발병이 쉬워지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정신활성도가 감퇴하고 감정이 우울하며, 흥미와 재미가 감소되고 사회활동이 위축되며, 의욕상실, 식욕상실, 수면장애, 주의집중과 판단 등 지적기능 장애(가끔씩 치매로 오인됨), 사고의 느려짐, 힘 없음, 무가치한 느낌, 죄의식, 자살과 죽음에 대한 생각등이 동반된다.

물론 연령과 성별에 따라서 증상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우울증의 발생빈도와 양상이 달라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고대 기록에 '매란코리아' 라고 불려지고 있다.

위대한 인물들이 우울증에 시달린 예로 처칠, 링컨, 나이팅게일도 우울증으로 상당기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가을이 되면서 메말랐던 인간의 정서가 풍부해지고 감정의 폭이 커지면서 감정조절 능력이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잊혀지고 아련해진 옛날 고통들을 끄집어 내어 다시 되씹어 본다.
수많은 사연들이 떨어지는 낙엽에 실어 우울증은 이제 마음의 감기로까지 불릴 만큼 흔한 질환이 되었다.

우울증의 치유
그러나 우울증에 대한 색다른 이해도 또한 존재하고 있다.

우울증은 모두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라고 재촉할 때, 조급한 삶을 잠시 중단하고 놓쳐버린 것들을 돌아보라고 일깨우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임상심리학자 호노스웹은 우울증을 겨울잠에 비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울증을 겪을 때 삶의 속도가 느려지고 힘이 줄어드는 이유는 힘든 시간을 헤쳐나갈 때 필요한 힘을 저장하기 위해서다"며 "우울증이 '앗아가는 힘'보다 우울증에 의해 '창조되는 힘'에 주목해 긍정적인 사고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울증 치유에는 최근에 유효한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내 마음의 평화, 내 마음의 기쁨, 내 마음의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그날이 오리라는 굳은 믿음이 중요하다.
또한 이 가을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가득 실어다 줄것을 굳게 믿어야만 세상의 어둠이 서서히 걷힐 것이다. 여기에 마음공부를 더한다면 가을은 결코 우울한 계절은 아닐것이다.
▲ 박남진(법명·학진) 교도 / 박남진신경정신과원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