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내일이 그들 손에

한 나라의 장래가 그 나라의 2세 국민에게 걸머지워져 있듯 우리 교단의 내일의 역사는 젊은 청소년들에게 맡겨져 있다.
무궁한 교운에 중대한 과업을 차례로 이룩할 청소년들을 어떻게 교화하느냐는, 교단의 내일을 밝게도 점칠 수 있고 어둡게도 내다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감수성이 풍부하고 가치관이 형성되어 가는 청소년기에는 끼쳐지는 영향력에 따라 가치관이 재구성되는 때이므로 청소년 교화는 절실한 문제이다.
청소년 지도의 현황
이처럼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교무선생님들은 일반교화에 바빠 사실상 청소년 교화 육성 문제는 무관심속에 외면하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지난번 대다수의 농촌 교당과 소수의 도시교당 22개 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회가 조직된 곳이 10개 지부이고, 청년회가 있는 교당이 3개, 그리고 일반 교화단에 청년단으로 존속하고 있는 곳이 10여개 교당으로 밝혀졌다. 도시집중의 사회현상은 농촌 교화 발전에 (특히 청년교화) 막대한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학생회 운영은 지역적 조건만 알맞으면 시도할 수 있지만 청년층은 진학·취직·입대·결혼 등 변화가 다양해서 심히 유동적이므로 사실상 발전적 기반을 굳히기 어려운 형편으로 분석되었다.
또 청소년 교화는 경제적 지원이 없이는 어려운 문제이다. 다른 종단의 예를 보면 청소년 교화 육성을 위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단의 실정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이 어렵고 그에 따라 활동함으로써 보람과 의욕을 느끼는 그들에게 활동할 만한 뒷바라지를 못해주고 있다. 아무튼 제반 문제를 검토할 때 우리 교단의 청소년 교화는 아직 미개척 분야라고 지적할 수 있는 것 같다.
이해해줘야 할 그들의 고민
돈과 사회적 지위 문제 등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에 못지 않게 청소년들도 그들 세계 내에 많은 문제와 고민을 안고 있다. 이성문제를 비롯 앞날을 설계하는 진로문제, 기존 가치 질서에 대한 회의와 부정, 그리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 현실에서의 욕구불만 내지 자기 자신의 소외감과 고독 등-. 심각하고도 복잡한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인생을 많은 경험 속에 살아온 어른들의 세계에서 보면 그들의 문제는 그렇게 절실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의 문제는 과소평가 되기 쉽고 이해의 노력 없으면 청소년들과 어른들의 세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모와 자녀는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의 세계를 달리하고 넘나들 수 없는 벽에 부딪쳐 원하는 대로의 자녀 지도가 어렵고 또 마음놓고 호소할 수 있는 어버이라고 생각할 수 없기에 이르러 자기 나름대로 중대한 문제를 안고 혼자 깊이 고민하고 있다.
친구로서의 지도자
민주주의 도입과 함께 윗사람이면 섬기고 복종만 하던 종전의 종적 윤리는 점점 붕괴하고 따라서 인격과 인격의 접촉인 횡적 윤리가 차츰 형성되어가고 있는 때이므로,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맹종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제 상하는 다소 평준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어버이가 부모이면서 친구의 구실까지 해줄 것을 원하듯, 성직에 임하고 있는 교화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요청이 따른다고 보여 진다. 고귀한 자세로 훈계만을 능사로 삼고 권위와 복종만을 고집하는 지도자상은 이제 거부당하고 있다.
종교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혈기 왕성하고 매사에 자신이 넘치는 청소년의 시기는 종교적 귀의가 가장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들에게는 높은 단상의 설교만으로는 참 교화의 공효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많은 문제와 고민을 안고 있으면서도 누군가로부터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받지 못한 채 소외당하고 있는 그들을 관용하고 이해해 준다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다.
그리하여 교화자가 그들로부터 절실히 요구되는 좋은 대화자로 선택될 때 비로소 구체적 교화는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어진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명령과 금지는 깊은 반발을 초래하므로 삼가는 편이 좋다. 오직 관심 깊은 경청의 태도가 오히려 훌륭한 자세일 것이다.
그들은 잘못 평가받을까봐 주저되는 어른보다 아무 부담 없이 모두를 얘기할 수 있는 친구로서의 입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교화자는 문제 해결자의 입장보다 그들로 하여금 대화 속에서 스스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웁고 용기와 신념을 가질 수 있는 격려와 함께 그들의 사유 방법을 종교적 진리성에 근간을 두도록 유의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서울 청년회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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