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체 청안 하소서

「그대여 모르는가. 배울 것 다 배우고 해야 할 일 다 마쳐, 따로이 더 배울 것도 해야 할일도 없는 한가로운 저 도인은 번뇌망상을 없애려 애쓸 것도 없고 진실함을 구하려 애쓸 것도 없는 것임을(군불견 절학무위한도인 불여망상불구진).」
 도를 깨치려는 수행자는 모름지기 알아야 한다. 도를 확실히 깨쳐 더 배울 것이 없는 경지에 들어가면 따로이 더 할 일도 구할 것도 없는 것이다.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한가롭고 넉넉하여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위도인ㆍ무사한인ㆍ무위진인은 되는 것이다. 무위도인은 번뇌망상을 제거하려 애쓸 것이 없다. 번뇌심이 잠자면 곧 보리심이 되고 망상을 없애려는 마음이 더 큰 병통이요 번뇌임을 알기 때문이다. 무사한인은 거짓을 싫어하고 진실을 구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참고 거짓의 구별이 없는 경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을 싫어하고 참을 좋아하는 그 마음이 곧 번뇌망상이요 사량분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선서의 하나로 알려진 <증도가>의 첫 머리에 나오는 법문이다. 대산 종법사는 이제 무사한인으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절학무위한도인이 된 것이다. 원기 47년 정산종사의 법통을 이어 33년의 오랜 세월을 강력한 지도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교단을 크게 발전시키고 세계 속의 원불교로 뻗어갈 터전을 굳게 다져 놓았다.
 대산종법사는 취임 후 개교반백년 기념성업, 교단창립 2대 기념성업, 소태산 대종사 탄생 1백주년 기념성업 등 교단 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큰 사업을 주도했다. 특히 반백년기념성업은 교화삼대 목표추진운동, 각종 교서 편찬발간사업, 법위향상운동, 서울회관건립사업 등으로 호남지방의 원불교에서 한국의 원불교로 큰 발전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각종 훈련강화, 법치교단 기반조성, 종교연합운동추진 등 많은 업적을 쌓았다.
 33년간의 재임기간동안 신도안 삼동원 개발사업이 국가의 정책에 따라 이전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나, 서울회관 건립과정에 있어서 겪었던 숱한 어려움 등의 고난도 많았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대산종법사의 지도력은 초인간적인 것이었다. 아마 앞으로의 교단 사에서 두 번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주위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보여준 상사제도 실시의 용단은 교단 사에 기이 찬양되고 평가받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33년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대산종법사 스스로는 한번도 종법사라는 생각이나 종법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텅빈 마음으로 소태산 대종사, 정산종사 두분 큰 스승님의 뜻을 받들었을 뿐이었다.
 새 종법사 당선자가 확정된 이후 대산 종법사는 건강도 더 좋아지고 도반과 함께 탁구까지 쳤다고 한다. 무거운 짐을 벗고 든든한 후진을 바라 볼 때 대산종법사는 하늘을 자유로이 훨훨 나는 한 마리 새가 된 심정이었을까.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주객일체 물심일여의 경지에 들어간 무사한인 대산종법사의 건강을 우리 모두 간절히 염원한다. 법체 청안 하시고 백세상수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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