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마당/玄武經의 세계
인간중심의 선경 낙원세상을 밝혀
 <현무경>은 증산교를 창립한 증산 강일순의 저술이다. 그가 사망하던 해인 1909년 1월 정읍 대흥리 차경석의 집에서 저술한 것을 그 뒤 고부인이 보관해 오다가 세상에 내 놓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부적이다. 18매의 부적 그림과 그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글씨로 이룩되어 잇는데 그 글씨들이 크게 또는 작게, 가로로 또는 세로로 쓰여 있기도 하며, 뒤집혀 있기도 하고, 글씨가 그림 안에 또는 밖에 쓰여 있어서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통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순천도 법문파를 창립한 장기준이 최초로 <현무경>을 해석하기 시작한 이래 평생을 이 책 연구에 바쳐온 사람들의 해석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상이 함축되어 있다고 한다.
 1)이 책은 예언비서이다. 돌아올 앞날에 대한 예언을 비서형식으로 꾸며 비밀리에 전수했으며, 책 내용 속에 들어있는 부적들 하나하나가 모두 시대변화에 따라 전개될 인류의 앞일을 예언해 놓은 것이다. 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 우리나라가 26년 간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될 일, 8ㆍ15해방, 6ㆍ25전쟁 등 인류가 겪게 될 중요한 일들이 모두 이 책속에 들어 있다고 한다.
 2)후천 선경의 도래에 대한 내용이다. 머지 않은 장래에 이 땅을 중심으로 선경의 낙원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증산이 짜 놓은 선경설계도가 들어 있다. 특히 후천 선경에서의 종교는 백가지 종교가 하나로 뭉친 무극대도만이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3) 인간중심의 세상이 된다. 선천에는 천주인 증산이 천상에 있으면서 천상과 지하를 통치하였으나 후천 에는 인존 시대이므로 지상으로 하강하여 인간이 되어 만민, 만물, 만사를 통치한다. 천존시대에는 하늘에 책임이 있었으나 인존 시대에는 인화에 책임이 있다. 이 시대에는 과거의 제반 윤리와 범절이 다 폐지되고 새로운 생생한 묘법만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4)병겁과 의통을 밝히고 있다. 병겁이란 후천 선경이 오기 전에 우리 인류가 겪어야 할 대병난을 말하며, 의통이란 이 병난 속에서 살아남을 묘방을 말한다. 이 책속에다 증산은 바로 이 병겁과 의통의 비밀을 숨겨놓고 알 수 있는 사람만 알아보도록 해 놓았다는 것이다. 머지 않아 다가올 병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죽어버리고 의통을 전수 받은 소수만 살아남아 후천 선경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5) 한국은 종교의 중심국, 세계의 지도국이 된다. 후천 5만년을 이어갈 무극대도의 발상지가 바로 한국이며, 우리 민족이야말로 세계를 지도하고 이끌어갈 선택된 민족이라는 것이다.
 이 현무경 사상은 물론 증산의 언행을 기록한 <대순전경>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신비한 베일 속에 감추고 알 수 있는 사람들만 알아보게 함으로써 종교적 신비성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아울러 이 책의 원리는 동양의 고전이며 전통사상의 주류를 형성하는 복희 문 왕의 역과 팔괘에 기본을 두고 김일부의 <정역> 사상까지 수용한 사상으로 평가받는다. 바꿔 말하면 역에 통달하고 정역 사상을 섭렵한 후에야 이 책의 사상을 이해 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증산이 이 책에서 시사하고 가르치는 내용의 전반적인 흐름과 경향은 대체적으로 소태산 사상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표현방법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본다. 이 책과 원불교의 경전들을 비교해 보면서 거의동시대를 살고 간 성자의 교화방법에서 선후천의 차이만큼이나 큰 벽을 느끼게 한다.
김성철<교무ㆍ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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