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정신ㆍ창립정신 새롭게 살아나고
교단개혁과 중흥 운동에 매진할 때

 미국 국민은 역시 세계의 일등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미국의 전대통령 로널드 레이건(83세)이 치매증(노망현상) 초기증상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레이건 전대통령은 81 -89년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강력한 미국건설」의 기치를 내걸고 냉전의 마지막 고비를 이끌었다. 세계인의 머리 속에 그는 강력한 대통령으로 인상이 남아있다.
 그런 레이건이 남에게 알리기 부끄러운 치매증 현상을 「나의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라는 친필에서 그 스스로가 공개했고, 이에 미국인들은 경의를 갖고 그의 쾌유를 빌어 주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정적 사회현상이 많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국가로 발전하고 있는 원인도 바로 이러한 솔직함에 있는 것이 나일까?
 지금 우리교단은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다. 새 종법사를 현명하게 추대했고, 원광대학 총장후보 선출도 매듭을 지었다. 그러나 원광대 총장후보선출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있었고,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교단이 성공적인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단의 의식과 지혜와 판단기준이 얼마나 건강한 것인가를 먼저 총장후보 선출의 교훈에서 냉철히 점검해 보아야 한다.
 네 명의 총장후보 중에서 전무출신 교수가 1ㆍ2위로 선출되어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 그러나 과정에서 나타난 혼선은 객관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교단이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현직총장과 제단이사장이 책임 있게 업무수행을 했느냐 하는 점이다. 일반교수들의 반발이 예상은 되지만 재단에서 강력한 의지로 임명을 하면 재단에 대항하여 일반교수들이 따로이 총장을 선출하여 두 명의 총장이 등장하는 사태로까지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충분히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냐 임명이냐 하는 문제로 재단이 갈팡질팡했다. 이런 과정에서 재단이사회의 무원칙ㆍ무책임성이 없었던가ㆍ 투표 결과로 볼 때에는 재단의 임명이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현직총장의 경우에도 후임 총장 선출에 정당하고 현명하게 판단하고 대처 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다음에 후보로 출마한 두 명의 당사자가 과연 총장직을 수행할 만한 인격자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두명의 후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수위단회의와 총부 일부 교무들의 개입과 개입방식도 과연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현명한 것이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었느냐 아니면 문제해결을 더 혼란스럽게 했느냐 하는 문제도 논의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종명이니 수위단회의의 공명이니 하는 문제가 제기되어 오히려 혼선을 빚었고 대학총장 문제에 본질적이고 이성적인 것보다는 지엽적이고 감정적인 것에 교단전체가 무질서하게 과열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던 것이다. 대학총장 문제는 어디까지나 대학과 재단이사회에서 해결할 문제이지 그 이상의 개입은 결코 합법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상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서 모두가 당사자의 입장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선 제3자의 입장에서 냉철하고 현명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무회의나 청문회를 열어 적나라하고 명명백백하게 논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떠한 문제든 표면적 부분적 국지적 접근방식으로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교단 전체가 무질서하게 과열했던 이번 문제는 보다 전체적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교단은 전무출신이 총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해 있었다. 이는 교리정신이나 사회현실을 놓고 볼 때 미망이 될 수도 있고 이제부터는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전무출신만이 해야한다는 생각은 자칫 집단이기주의가 될 수도 있고 배타적이 될 수도 있다. 재가교도 중에서도 훌륭한 적임자가 있으면 이를 결코 배제할 것이 없다. 한 걸음 나아가 비교도 중에서까지도 마땅한 적임자가 있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문제가 혼선을 가져오게 된 가장 근원적인 발단은 대학에 봉직하는 전무출신 교수들의 보직선호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번의 교훈을 계기로 전문성과 상관없는 전무출신 교수의 보직은 철저히 억제되어야 한다. 나아가 대학에 봉직하는 전무출신 전체의 보직경쟁현상이 현명하게 극복되어야 한다. 또한 출가정신이 회복되고 창립정신이 새롭게 살아나야 한다. 아무리 겉으로 교단화합과 대의를 강조해도 출가정신의 회복 없이는 진정한 화합과 대의가 세워질 수 없는 것이다.
 교단 전체가 과열했던 현상에서 지도층의 책임과 대중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만 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단견ㆍ망견ㆍ편견을 버리고 보다 성숙된 의식과 합리적이고 근원적 전체적인 방향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교단 개혁과 중흥에 매진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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