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호질」에 나오는 이야기. 지능적 위선자인 어느 양반 나으리, 가면이 탄로되어 줄행랑치다 분뇨통에 빠졌겠다.
지나가던 호랑이님 이걸 보고 「네 이놈! 겉으로 양반인체 해도 실상은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구.」
사실 인간이란 짐승으로부터 준엄한 훈계를 받아야할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지금 우리들은 가짜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가짜가 진짜를 뺨치는 시대임을 부정하기 어렵지 않는가.
「가짜 화장품」「가짜 식품」「가짜 꿀장수」「가짜 귀하신 몸」「가짜 무사고 운전사」「가짜 모범 공무원」「가짜 반공의 아버지」「가짜 미스·코리아」「가짜 박사」 어느 쪽이 진짜로 어느 쪽이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60년대가 서서히 막을 내린다. 70년대에는 부디 가짜가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가짜 종교인들이.
고요한 새벽 은은한 종소리를 듣는다. 마음속의 온갖 번뇌 망상을 멀리 쫓아버리는 종소리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종치는 할아버지다. 반세기를 절에서 아침저녁 종을 친다. 배운 문자가 없어 글도 쓸 줄 모른다. 말은 말할 것도 없고. 오직 종치는 일만을 천직인양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반백년을 한 번도 빼먹은 일이 없다. 낮으로는 도량청소를 하는 것이 일과이고.
할아버지는 생에 대한 회의도 불안도 없다. 젊은이들이 얕잡아 보아도 조금도화를 내는 법이 없다. 묵묵히 맡은 일에만 열중할 뿐.
이름도 없고, 지식도 없고, 입으로 법설(?)을 농하지도 않는 그 할아버지가 어쩌면 가장 진실한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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