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화의 시급성 -

 기보(棋譜)된 바에 의하면 정읍교구에서는 교무부 주최 원불교청년회 후원으로 제1회 어린이 지도자 강습회를 개최하여 성공적인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이 없는 교당은 자녀 없는 가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어린이 교화 개설을 시도하였음은 만시지탄은 있으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교 어린이 교화 분야가 황무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실정을 감안할 때, 선각적인 증거라고 크게 환영 할만하다.
 대저 교화에는 연명의 국한이 있을 수 없다. 모태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한 시점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것이 교화의 특성이다. 신체적, 정신적 성숙기를 기다린다거나 지적발달을 거론하는 것은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성장 후에 전지하고 조형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려움을 각오한 연후에 할 일이다. 대종경 인도품에 강조되고 있는 태교로부터 시작되는 교화, 정산종법사법어에 상설된 교육의 道中 태교와 幼敎의 道, 현 종법사의 인생오기에 명시된 교화의 과정 등 한결 같이 모태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조기교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 어린이 교화에 미온적이었던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어린이회가 이번 처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거금 40여년 전, 총부에서 고 묵산 박창기 선생에 의하여 당시 총부구내 거주의 어린이들을 모아 조직된 유년회를 효시로 하여 그 후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명맥이 근근히 이어오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조직화가 되지 못했고 지도자의 계속성이 없었으며 관리기구의 결여와 교재의 빈곤, 재정적 후원의 결여, 지도자의 부재 등으로 간단(間斷)이 심한 상태였다. 정읍교구의 선편(先鞭)은 이러한 어린이회의 창설보다는 지도자 육성에 의하여 계통 있는 어린이회 운영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데에 그 의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시되지 않으면 의도와는 상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몇 가지 제언을 곁들이고자 한다.
 첫째, 어린이교화는 흥미를 일으키는 데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 어린이는 정직하여 체면이나 사정을 두지 않기 때문에 흥미 없는 일은 아예 외면하고 만다. 어린이는 잘 놀려주어야 하고 그 놀이에 교직(交織)된 종교적인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젖어들도록 짜여 진 교화이어야 한다. 곧이곧대로 교리다 수행이다 하고 귀를 따갑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주의를 끌 수도 없을뿐더러 효과도 없는 일이다. 이들을 깨워 새벽기도를 강요한 결과가 그 자녀들의 종교에 대한 혐오감을 조성하여 장성 후 종교와 멀어지는 비극을 낳았다는 일례는 어린이교화의 방향을 잡는 데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한다.
 둘째, 지도자의 엄선(嚴選)이다. 지도자의 성행은 어린이 교화의 성패(成敗)를 결정한다. 도행자적 기풍만으로 어린이들이 추종하지는 않는다. 어린이 교화에는 그를 감당할만한 천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어린이가 잘 따르도록 보살펴주고 흥미를 북돋을 수 있는 화술과 태도를 지녔으며 친절과 온정이 몸에 밴, 그리고 예술적 소양과 체능적 재질을 갖춘, 그 위에 신심 있고 성실한 성격의 소유자를 구해야 한다. 이것이 맞지 않으면 시작은 했어도 오래 계속하지 못하고 마는 결과가 되기 쉽다.
 셋째, 교재의 정선이다. 현재 교무부 시안으로 「어린이 노래」가 나와 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더욱 갈고 다듬어져야 하겠거니와 읽을거리에 있어서도 흥미 있고 간이하고 그런 가운데 고상한 향기가 풍기는 내용의 것이 마련되어야 한다. 어린이 교전, 어린이敎史 등도 성장과정에 맞추어 편찬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기구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 하나 시작 이상으로 성공적 수행이 어려운 것이니 당무자의 분발을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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