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퇴비를 써야 배추농사가 잘돼요"

겨울배추는 월동을 해야 제맛
1∼3월초에 출하, 해풍으로 인해 아삭아삭

천태산이 저만치 올려다 보이는 곳.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 파릇파릇한 겨울배추잎이 제법 넓직하다.
이곳에서 배추농사를 15년째 짓고 있는 해남교당 오대웅(67) 교도.

그는 처음에는 양계사업을 하다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든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만큼 농사를 천직으로 여긴다. 배추밭을 거닐면서 농사를 잘 짓는 방법에 대해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무래도 우분과 계분 등 양질의 퇴비를 써야 돼요. 그래야 병도 강하고 배추 농사도 잘됩니다. 값싼 퇴비를 하면 벌레도 많이 모이고 냄새도 많이 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배추밭에는 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는 잘 자란 배추잎을 쓰다듬으면서 감회에 젖는 듯하다. 어느틈엔가 배추잎 사이에 숨어있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빼꼼이 얼굴을 내민다. 그는 가만히 미소 지을 뿐이다. 이어 그를 따라 다른 배추밭에도 가 보았다. 이곳에서도 역시 그는 배추잎을 살폈다.

"10월20일이 지나면 모두 겨우살이에 들어가기 때문에 요즘 벌레들을 보기 어려워요. 이런 관계로 결구를 하기 전에 해충을 잡아야 해요."

결구라는 말을 처음에는 알아 듣지 못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잎을 오므리는 모양을 띤 배추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결구가 되기전 까지 겪는 과정을 자상한 어투로 말했다. 쉽게 하는 이야기지만 그의 고충이 느껴진다. 8월20∼30일까지 포토에 파종을 한 후 9월15∼25일 땅에 정식을 한다는 것과 배추흰나비 애벌레들과 다른 해충들과의 사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맛있는 배추로 탄생된다.

"해남의 겨울 배추는 월동을 해야 제맛이 납니다. 아삭아삭하고 맛이 있어요. 해풍으로 인해 달작지근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맛볼 시기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삭아삭한 맛이 느껴졌다. 점심때 먹은 배추 맛이 한 몫했다. 작년 김장배추지만 입맛에는 어느새 단침이 고인다.

이런 맛은 지역조건과 기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로 인해 겨울배추 재배지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관련, 영하 5도를 넘어서지 않아 동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땅끝 해남에서 겨울배추가 생산되는 이유다.

"해남에서는 가을 배추를 재배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 나가고 있어요. 가격 폭락을 우려해서입니다. 12월말 안에 수확이 끝나는 김장배추는 위쪽지방에서 생산되고 있으니까요. 겨울배추는 1∼3월초에 출하됩니다. 3월이 넘으면 꽃대가 올라오니까요."

그러나 그는 연작을 우려했다. 윤작을 권했다. 배추 뿌리혹병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암과 같은 존재다. 그는 농촌현실에서 볼 때 많은 밭을 가진 농부들이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뿌리혹병은 영양분이 배추잎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합니다. 연작을 하다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영양분은 없고 안 좋은 것만 남으니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1년만 다른 작물을 심어도 그런 병이 없어져요."

그는 배추밭을 나와 전봇대에 설치된 스위치를 올렸다. 여러 곳에 설치된 미니 스프링쿨러가 작동되기 시작됐다. 물줄기가 배추잎을 적셨다. 옷이 젖기도 했다.

"배추가 워낙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동화 시설이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배추밭이 건조하지 않게 유념해야 돼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오랜 농사 경험이 묻어났다. 이곳저곳에 자리잡은 4,950㎡ 배추밭을 어느 정도 둘러본 후 대문 입구에 들어섰다.

가지런히 정돈된 고구마와 마늘, 노란 호박을 비롯 마당에 자리잡은 붉은 고추들도 그의 노력에 따른 자연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식농사에도 남부럽지 않다. 2남3녀의 자녀중 남원교당 오해심 교무와 한국스카우트 원불교연맹에 근무하는 오명진 교무가 교단에서 잘 성장하여 결실을 맺기를 바라고 있다.

수확한 고구마를 차에 실어주며 신문사 식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권하는 그의 삶이 여유롭게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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