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언어는 실행으로 여물었는가

 노여움을 뿜는 듯한 더위이더니 이젠 조석으로 제법 서늘해졌다. 그 위세당당 하던 폭염이 한결 세력이 내리닫고 입추 지나 처서 9월. 정녕 가을인가보다.
 거니노라면 상쾌한 기운이 피부에 와 닿고 산과 들 풍요한 가을의 서곡이 온 가슴에 스며온다.
 언제 비롯되었는지 예로부터 시절은 그러했고 영웅도 호걸도 그렇게 살다 갔다. 존경하던 스승님, 혐오하던 일들, 모두 예로 흘렀고 한 봄의 햇그늘이 지고 이울어 거듭되어도 두 번 오지 않는 그해, 그날, 그때. 너도 가고 나도 가야만 한다. 그러기에 「少年易老 學難成」이라 했던가.
 가을마음을 근심수(愁)자로 제작하니 이 또한 짐작이 가는 듯하다.
  짙푸르다 얻은 妙인지 황금 잎새 변해가고 비바람 햇볕 쪼여 저마다 익은 과일, 조물주 두루 주신 미각이 향긋하다. 땀방울이 거름 져서 그 향기 온 들(野)에 가득하니 새 삶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이 가을, 진리는 솔직하면서 아름다운 것.
 그러나 이 가을이 오면 곱게 옷깃을 여미며 생각하는 것이 있다. 뭐가 자라고 무엇이 여물었는가. 무엇이 이루어졌는가 ……. 아름다운 언어는 실행으로 여물었는가. 조그마한 선행들은 무상으로 커 났는지?
 수기응변 활용으로 만생을 베풀었을까. 만법을 통하여다 한 마음 밝히라 하셨거늘 계절의 교훈 또한 무심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不寒不熱한 이 계절에 자연의 법칙에서 내 성리를 밝히고 안팎으로 더욱 다듬고 닦아 보람을 찾고 싶다. 자연은 장엄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그런 것. 스스로 본래의 그것을 찾아 들춰내는 마음. 무엇이 들어서 아름다운가. 자연 그것은 스스로 그런 것이어늘.
 공들인대도 긍정하게 나투어 보람과 참회를 주는 사은님께 새삼스러이 머리를 숙인다.
 부단히 쌓는 나의 정성 앞에도 진리는 틀림없이 물러나지 않을 영원을 약속해 주시리라.
 온통 결심의 천지에 황금빛 미소가 깔린 이 계절, 그 큰 기운을 한껏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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