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초등학교마다 운동회가 열린다. 어느 초등학교 운동회나 어머니들의 경주가 있다. 운동장가에는 청군 ㆍ 백군으로 갈라선 아동들이 소리 지르며 응원에 열을 올린다. 경주는 시작된다. 운동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머니들이 반칙을 하기 때문이다. 서로 앞을 못 달리게 치마폭을 잡아당기는가 하면, 트랙을 따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중간으로 가로질러 버린다. 그렇게 골인점에 도달한 어머니들은 모두 1등이라는 표기 뒤에만 선다. 2등도 3등도 없는 경기가 되고 말았다.
 아들 잘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은 어머니에 따를 사람이 없다. 착하게 자라서 가는 곳마다 덕을 베푸는 훌륭한 인물이 되라는 어머니의 소망은 옥보다도 더욱 맑고 순수하다.
 그런데 웬 일일까? 그 순수한 마음은 어디로 가고 영 엉뚱한 행동이 아이들 앞에서 천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으니.
 어린아이는 젖만 먹고는 못산다. 어머니의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 어머니의 젖을 통해선 육신의 영양이, 어머니의 가슴을 통해선 정신의 영양이 공급된다. 어머니의 마음가짐마저 가슴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는데 밖으로 나타나는 행위는 얼마나 빨리 전해질 것인가.
 어머니는 반칙을 하면서 아이에겐 하지 말라고 함은 철저한 위선자를 만들고 있는 격이 된다.
 어머니들의 본의 아닌 거짓말은 많기만 하다.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도 쓰지 않다고 하면서 쓴 약을 먹인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힐 때도 조금도 아프지 않다고 얼러댄다. 어머니를 믿고 주사 바늘의 찌름을 당하는 순간 어린이는 어머니를 거짓말쟁이로 낙인을 찍는다.
 약은 쓴 것이다. 그러니까 병이 낫는다. 너무 쓰니 설탕을 타서 먹자고 이해를 시켜야 하지 않을까. 주사도 아픈 것이다. 바늘이 찌르니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래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참고 견디어야 한다, 잘 참고 견디는 사람이라야 장차 큰일을 할 수 있는 거야, 이러한 설명으로 설득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머니의 책임은 어린이를 착하게 기르는 일로부터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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