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사한 佛法연구회 (5)

어디서 그렇게 얌전한 사람만 주어다 놓으셨습니까, 내가 부수고 두들겨서 다시 만든 사람들이오
황이천


이천 … 종사님은 대체 한 가지 재주는 있습니다.
종사주 … 내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이천 … 어디서 모두 그렇게 얌전한 사람만 주어다 놓으셨습니까.
종사주 … 어떤 사람이 그렇게 얌전해 보였소.
이천 …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세상에 그렇게 질서정연하며 얌전하게 행동하는 모습들은 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행동이니 무슨 재주로 그렇게 얌전한 사람만 주어다 모아 놓았느냐는 말씀입니다.
종사주 … 이천이 모르고 하는 말이지, 그게 다 원래 얌전한 사람들이 아니고 몹쓸 것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오. 내가 정아치처럼 부수고 두들겨서 다시 만든 사람이오.
 그때 금강원 조실에서 중앙 총회를 며칠 앞둔 날, 약 50세가량의 여자 한 분이 종사주께 인사를 드린 후 뭣인가 할 말이 있는 듯 주저하더니 약 30분 있다가 하는 말이 『종사님 제가 수년 전부터 가슴앓이가 있어 고통하오니 약을 일러주십시오』하고 땅 파듯이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종사님께는 『그것은 육신의 병인지라 약방이나 의사에게 가서 약을 쓸 일이지 내가 어떻게 하라는 말이요』하시며 공부를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여자는 이왕 내침 걸음이란 듯이 약만 일러 달라는 것이었으나 종사님은 영영 거절하셨다. 그 여인이 후퇴한 다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천 … 종사님 참 독한 양반이오.
종사주 …(웃으면서) 무엇이 또 그리 독할까.
이천 …종사님 제가 한 꾀를 일러드리리라. 그런 교도에게는 누가 먹어도 利害가 없는 호박잎을 말려 빵가두고 한 봉지씩 나누어주면 그 사람은 그 약을 먹으면 꼭 낫는다는 심리로 그 약을 삶아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설혹 병이 못 나아도 해는 없고 하니 한 봉에 돈 원씩이나 받고 나눠주면 그 사람 병 낫고 수입되고 피차 좋은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게 거절당하고 보면 섭섭한 것 아닙니까.
종사주 …그것도 일리는 있는 말이오. 그러나 내가 약을 주면 그 사람은 실로 병이 나을 수 있으나 그 사람은 나를 믿는 만큼 추앙하기 위하여 반드시 「종사님께서 약을 주어 그 약으로 병이 나았다」고 자랑삼아 말할 것이 사실이라 그리 되면 나는 도덕을 가르치는 자가 돌팔이 약장사로 변하여질 것이고 우리 교는 병 치료하는 사교(邪敎)로 변하여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빚어 낼 것이니 이는 사(私)에 의하여 대도(大道)를 그르치는 결과가 될 것이오. 말씀을 들어 본 즉 그럴 듯한 말씀이었다.
 이때 6월 하선(夏禪)이 시작되었다.
 종사주께서 친히 선방에 나오시어 지도하시었으니 각 지방의 교무와 총부의 직원들이 전원 참석하여 대대적인 하선이 시작된 것이다. 하루는 종사님 말씀이 『이천을 잘 가르쳐 놓아야 내가 편할 것이므로 내가 가르쳐야겠다.』고 하신다. 이 하선에서 나는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 배울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처음에 교전을 보고 이런 것을 배운다고 있는 사람들을 미친 사람들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상 육대요령, 사은에 대한 강의를 듣고는 참으로 내가 그 동안 배웠다는 것은 헛것이었고 진실로 배움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이라고 참으로 각성했다. 그 한 예를 들면 사회에서 배운다는 것은 천지은(天地恩)하면 하늘천, 따지, 은혜은하면 다 배운 것이라고 인식되었던 것이 선방에서 진리적으로 강의하는 것을 들으니 천지와 나와의 인연관계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그간 내가 미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4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하였다.
 당시 어느 날, 종사님을 모시고 산업부로 소풍을 간 일이 있다. 이때 염천(炎天)에 종사님은 양산을 드시고 나는 학복 그대로 총부 사무실 앞 로터리에 다다르자 5 ㆍ 6세 되는 아이들이 대여섯명 놀고 있었다. 지금은 검사도 되고 또 교무도 되고 한 사람들이라 아이들이 종사님을 뵈옵고도 인사를 안 하니 종사님께서 발을 멈추시고 『너희들 나에게 절해라. 그러면 너희들에게 과자를 주마』하시니 아이들이 반갑게 생각하고 일제히 절을 했다. 그러자 종사님은 발길을 돌려 종법실로 향하시더니 과자를 가지고 오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 그 과자를 친히 아이들에게 나눠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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